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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은 19일 전남 해남군의 파인비치 골프링크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최종 합계 24언더파 264타로 우승했다.
2020년 11월 펠리컨 여자 챔피언십 이후 무려 4년 11개월 만의 LPGA 투어 통산 13승. 해남에 인접한 전남 영암이 고향인 김세영은 고향에서 우승 샴페인을 터뜨리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1번홀(파4)에서 버디 기회를 놓치고 3번홀(파3)에서 짧은 파 퍼트를 놓치는 등 초반에 긴장감을 이기지 못했던 김세영은 우승 후 공식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긴장되거나 두려우면 쫄지 말라고 늘 강조하셨다. 아버지 말씀대로 긴장되는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남은 홀을 공격적으로 플레이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초반에 1타 차까지 따라 잡히다 보니 ‘질 수도 있겠다’, ‘여기서 지면 무슨 창피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극적인 힘이 발휘됐다. 라운드 도중은 계속 저와의 싸움이었다. 그 싸움을 잘 해결한 게 오늘 우승 원동력”이라며 “한국에서 열리는 LPGA 투어 대회에서, 가족들 앞에서 우승하는 걸 늘 꿈꿨다. 꿈을 이루는 데 10년 이상 걸렸다.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린 것 같아서 기분 좋고 조부모님이 우승 에너지를 많이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세영은 우승 경쟁을 펼치는 마지막 날에는 어김없이 빨간 바지를 입고 나온다. 또 통산 12승 중 절반 이상을 역전 우승으로 따내 ‘빨간 바지의 마법사’, ‘역전의 여왕’으로 불렸다.
그의 골프도 실패를 몰랐다. 김세영은 LPGA 투어에 데뷔한 2015년 3승을 거두며 그해 신인왕에 올랐다. △2016년 2승 △2017년 1승 △2018년 1승 △2019년 3승 △2020년 2승 등 매해 꾸준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LPGA 투어 올해의 선수가 되고 세계 랭킹 2위까지 올랐던 김세영의 전성시대가 계속될 것 같았다.
하지만 2021년부터 주춤했다. LPGA 투어 데뷔 후 처음으로 우승 없이 시즌을 마무리했고, 2023년에는 22개 대회에 출전해 두 차례만 ‘톱10’에 드는 등 미국 진출 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허리 부상까지 겹치면서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김세영은 지난주 뷰익 LPGA 상하이 대회부터 “날 것 그대로의 플레이를 하던 신인 시절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자”고 마음 먹었다고 한다. 그는 “전에는 뭔가 한 가지 방법을 잡아놓는 전략으로 경기했는데 그게 다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주부터 본능적으로 나오는대로 플레이를 한 게 잘 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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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의미로 김세영은 3라운드를 마친 뒤 “신인의 마음가짐으로 플레이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세영은 “신인 때 제가 갖고 있는 날 것 그대로의 플레이를 펼쳤다. 투어 연차가 쌓이면서 방법론적인 걸 찾다 보니 오히려 우승에서 멀어졌다. 이번 대회에서는 신인 때처럼 날 것 그대로 플레이를 했다”고 돌아봤다.
이번 우승은 큰 의미를 준다. 김세영이 5년 간의 슬럼프를 끝내고 골프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의미가 될 수도 있고, 김세영처럼 정상급 선수로 활약하다가 오랜 기간 우승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기도 하다.
김세영은 “잘했던 선수들은 자기 걸 찾으면 다시 잘한다. 하지만 그걸 찾는 데까지 오래 걸릴 수 있고 혼자 찾기는 어렵다. 저도 5년이 걸렸고 주변에서 많은 사람이 도와줬다”며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는 내 생각이 틀린 방향으로 간다는 뜻일 수 있는데, 그럴 때 주변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또 내가 잘했던 기억을 계속 상기하다 보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세영은 앞으로는 세계 랭킹을 끌어 올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번 우승으로 통산 상금 1500만 달러(약 214억 원)를 돌파, 로레나 오초아(멕시코·1486만 3331달러)를 제치고 이 부문 10위(1518만 9333달러)에 올랐다.
하지만 김세영은 “전에는 상금을 많이 버는 게 기준이었지만 저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올해부터 세계 랭킹을 빨리 끌어올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세계 랭킹이 선수의 가치를 이야기해주기 때문에 올해 세계 순위를 많이 올리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세영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빨간 바지’를 입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신인 시절 대중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기 위해 고민하다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마지막 날 항상 빨간 티셔츠를 입으니, 나는 빨간 바지를 입어보자’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빨간 바지를 입고 나간 날 첫 우승을 차지해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됐다는 것이다.
그런 김세영도 이날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빨간 바지를 입으면서는 ‘오늘도 안 되면 다시는 안 입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올해 여러 번 우승 찬스를 놓쳤던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김세영은 “하지만 오늘 우승했으니 앞으로도 빨간 바지를 계속 입어야겠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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