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전당대회 당시 공언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면회 약속을 지켰다. 당 내 극우세력으로 대표되며 '윤 어게인'을 외치는 김민수 최고위원과 면회를 다녀온 뒤 "뭉쳐 싸우자"며 내부 결집을 강조했지만 당 일각에선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민주당도 즉각 비판에 나서며 "반성 없는 내란 미화정치", "사실상 불법 계엄과 탄핵을 부정하는 대국민선포이자 극우 선동"이라고 맹비난했다.
장 대표의 윤석열 면회 약속은 지난 7월31일 처음 나왔다. 당대표 후보 시절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출연해 "당대표에 당선된다면 적절한 시점에 면회를 하겠다"고 약속했고 8월 26일 당대표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면회 약속을 지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당대표 당선 직후 면회를 신청했지만 서울구치소 측으로부터 '특검 조사 일정'을 이유로 불허 통보를 받았고 이후에도 장 대표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윤 전 대통령 면회를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밝혀왔다.
당선 이후 52일이 지난 시점인 지난 17일 오전 일반 면회 형식으로 윤 전 대통령을 10분 동안 만나며 경선 당시의 약속을 지켰지만 이를 두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윤 어게인 세력을 끌어안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 면회 약속을 지키겠다고 여러 차례 언론에 말했기에 면회를 갈 것이란 점은 예측할 수 있었다. 다만 국정감사 기간 중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논란과 민중기 특검 주식 논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증인 출석 문제 등 정부와 여당발 악재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굳이 논란을 자초했다는 점에서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의 면회라고 해도 민주당에 공격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당 안팎에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면회인 만큼 인원제한은 있었겠지만 당 지도부 중 극우 색채가 가장 짙은 김민수 최고위원과 동행했단 점도 추가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사전에 다른 최고위원이나 원내 지도부와도 면회 일정을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면회 후 자세한 대화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다.
장동혁, 서울구치소에서 면회 뒤 "하나로 싸우자"
장 대표는 금요일인 지난 17일 오전 서울구치소에서 윤 전 대통령을 10분간 면회했다.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선 면회 언급은 하지 않았고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보좌진이나 당 내 인사들도 면회 사실을 알리지 않다가 면회 다음 날인 18일 오후 장 대표가 직접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사실을 알렸다.
장 대표는 18일 페이스북에 "어제(17일) 오전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하고 왔다. 힘든 상황에서도 성경 말씀과 기도로 단단히 무장하고 있었다"며 "우리도 하나로 뭉쳐 싸우자. 좌파 정권으로 무너지는 자유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라고 간단히 적었다.
김민수 최고위원도 비슷한 시점에 글을 올려 "10분의 짧은 시간, 그마저도 장 대표와 저의 눈물로 절반의 시간을 보냈지만 윤 전 대통령은 기도로 담담히 무장하고 있다"며 "단결해서 싸우자. 이겨야만 하는 싸움이다. 자유대한민국을 꼭 지켜내자"는 말로 '단결'을 강조하며 장 대표와 비슷한 내용의 간결한 글을 남겼다.
당내 반발 "부적절한 처사, 당 나락으로 빠트려"
장 대표가 수감 중인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한 것에 대해 당내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재섭 의원은 19일 당 의원 온라인 대화방에서 장 대표의 면회에 대해 "당 대표로서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처사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부동산, 관세 등으로 이재명 정부에 균열이 생기고 있고, 우리 의원들이 힘을 모아 싸우고 있다"며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해명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성국 의원도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갔습니까?"라며 "당 대표가 국민의힘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데 대해 책임져야 한다. 그만하시죠"라고 말했다.
신지호 전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도 "정청래, 조국, 박지원 등이 벌 떼처럼 공격하기 시작했다"며 "부동산, 김현지, 민중기 등으로 간만에 여야 공수 교대가 이뤄지는데 이렇게 먹잇감을 던져주는 것은 해당 행위 아닌가"라고 비판하며 당 내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정당해산 도장 찍나, 극우세력 복귀 정치쇼"
민주당은 즉각적으로 비판에 나서며 '정당해산'을 거론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장 대표가 면회 사실을 알린 18일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 전 대통령이 성경 말씀과 기도로 단단히 무장하고 있었다'는 내용을 겨냥해 "내란의 밤을 다시 생각하는 것만으로 끔찍하다. 제발 다시는 무장하지 말라"고 꼬집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장 대표가 기어이 강을 건넜다. 정상의 땅으로 돌아올 배를 불태웠다"고 말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 대표의 윤 전 대통령 면회와 관련해 "대선 불복을 넘어선 명백한 제2의 내란 선동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과 다시 손잡고 정권 재탈환을 명분으로 제2의 쿠데타를 꿈꾸고 있는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일본의 극우 세력의 망동과 다를 바 없다. "국민의힘은 스스로 내란정당 극우정당으로 전락한 것"이라며 "극우 내란의 길로 폭주하는 국민의힘에 엄중히 경고한다. 장 대표는 판사 출신이라 법을 우리보다 많이 알고 법을 지켜야 하고 헌정을 수호해야 할 분이다. 그런데 내란수괴 윤석열을 투사인 양 치켜세웠다"고 말했다.
그는 "법을 아는 자가 법을 무너뜨리고 헌정을 지켜야 할 사람이 헌정을 짓밟은 것"이라며 "사법 질서에 대한 전면 도전이었고 헌정 질서에 대한 중대한 모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장동혁의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윤석열의 계엄과 내란을 정당화하고 불법적인 폭력을 민주주의로 포장한 궤변 중에 궤변이며, 윤석열과 함께 좌파 정권을 무너뜨리자는 말은 대선 불복을 넘어선 명백한 제2의 내란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윤석열과 다시 손잡고 정권 재탈환을 명분으로 제2의 쿠데타를 꿈꾸는 것인가. 민주당은 내란 미화, 내란 선동, 헌정 파괴 시도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도 19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정당 해산 마일리지가 차곡차곡 쌓여간다. 국민의힘은 한 손으로는 일하는 정부 여당 뒷다리 잡고, 한 손으로는 내란수괴 알현하고 있다"며 "내란 청산이라는 국민적 요구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장동혁 대표의 '청개구리 면회'에 국민의힘에서도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적시했다.
김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와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내란수괴의 안녕보다 우리 국민의 안전부터 챙기라"라고 일갈했다.
문금주 원내대변인도 19일 브리핑을 통해 "장동혁 대표가 윤석열 구치소 성지순례에 나섰다. 내란 잔당의 망령이 부활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헌법질서를 뒤흔든 내란수괴 윤석열을 '자유의 수호자'로 포장하는 언행은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할 반성의 시간이 아니라 '망령의 귀환'을 선언하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문 대변인은 "윤석열은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피의자이며 그를 '자유대한민국의 구원자'로 미화하는 것은 내란 주범을 미화하는 반헌법적 행위"라며 "윤석열 잔당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한 국민의힘은 스스로 해산의 길을 걸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18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장동혁 대표는 기도와 투쟁이라는 이름으로 내란의 주범을 미화하며, 헌법 질서를 유린한 정권의 망령을 다시 불러내고 있다"며 "위헌정당 해산심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국민의힘 스스로 확인해주는 도장을 찍고 있다"고 비판했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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