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의 가장 큰 책무는 무엇일까. 그것은 1천420만 경기도민의 삶을 위해 도민의 목소리를 제도로, 입법으로 구현하는 일이다. ‘조례’는 그 책무를 실현할 가장 실천적인 도구다. 그러나 ‘좋은 조례 하나 만들었다’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고 도민 삶에 녹아들어야만 살아있는 입법과 제도가 된다.
제7대 경기도의원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해 지금의 제11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조례 제정 과정에 참여해 왔다. 이 과정에서 느낀 가장 큰 아쉬움은 좋은 취지와 치열한 논의를 거쳐 만든 조례가 실제 현장에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사문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정 이후의 과정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면 조례는 결국 ‘종이 위의 약속’으로 남게 된다는 뼈아픈 교훈을 여럿 마주했다.
이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제11대 경기도의회는 후반기 전례 없는 도전에 나섰다. 바로 ‘조례시행추진관리단’(이하 관리단)의 운영이 그것이다. 조례가 선언적 문구로 머물지 않고 도민 삶 속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다. 의회의 가장 본질적 책무를 더욱 책임감 있게 제도화하려는 경기도의회만 새 의정 모델을 만들고 싶은 바람에서다.
관리단은 하위 규정의 미비, 예산 부족, 집행부 부처 간 칸막이 등으로 표류하는 조례들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점검한다. 조례별 관리 카드를 만들어 시행 현황을 추적하고 미흡한 부분은 개선책을 제시한다. 필요하면 조례의 추가 개정까지 검토한다. 입법, 시행, 평가, 개선까지 입법기관으로서의 선순환을 안착시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 시도는 도민의 더 나은 삶, 더 나은 경기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청년, 기후 위기, 노인 돌봄, 환경, 안전 등 도민 삶과 직결된 수많은 분야에서 조례가 탄생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변화는 체감할 수 없다. 관리단은 입법 성과가 일상에서 확인될 수 있도록 돕는 ‘실천의 통로’가 된다.
이 제도는 경기도의회의 성숙한 지방의정을 보여주는 상징이 될 것이다. 조례를 만드는 일에서 끝나지 않고 그것이 실행되는 과정까지 책임지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입법은 시작이고, 시행은 과정이며, 평가와 개선은 완성이다. 경기도의회는 이러한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책임 의정을 제도적으로 실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새로운 도전이 전국 모든 지방의회로 확산하길 기대한다. 조례 제정에서 시행까지 책임지는 구조 정립을 통해 지방의회 전체가 주민과 국민 앞에 더욱 성숙하고 책임 있는 지방자치의 모습으로 바로 서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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