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사주카페를 운영하는 한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인공지능(AI) 운세 앱 때문에 매출이 반 토막 났다”는 하소연이었다. 한때 ‘신기할 정도로 잘 맞는다’는 입소문으로 손님이 줄을 잇던 그였지만 이제 사람들은 스마트폰 속 인공지능 운세 서비스로 발길을 돌렸다.
인간의 감과 경험이 아닌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점괘를 점유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AI는 이제 논리와 데이터가 작동하는 모든 영역으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판례 검색, 계약서 검토, 사건 리스크 분석을 AI가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행하고 있고 의료계에서도 영상판독, 1차 원격진료, 맞춤형 건강관리 등에서 AI가 의료진의 손발이 돼 가고 있다. 세무, 회계, 금융투자, 마케팅, 연구개발, 심지어 작곡과 소설 창작까지도 AI의 효율성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물론 AI가 인간의 결정을 대체할 수는 없다. 그러나 판단에 필요한 정보의 처리 속도와 정확성에서 이미 인간을 능가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더구나 AI는 빅데이터와 결합하며 분야별로 특화된 지능형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고 센서, 카메라, 드론, 로봇과 융합되면서 산업 및 사회의 혁신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결국 AI를 얼마나 일상에 잘 활용하느냐가 미래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변화의 속도가 더디다. 기득권의 저항과 과도한 규제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원격진료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어린이, 산간벽지 주민들에게 AI 기반 원격진료는 생명선이 될 수 있음에도 의료계의 반대와 제도적 장벽에 가로막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법조계 역시 마찬가지다. 법관 부족으로 재판이 장기화되고 높은 수임료 탓에 서민들은 재판을 포기한다. AI가 법리적 분석과 판례 비교를 돕는다면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지만 법조계는 ‘판단권 침해’라며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 공장 자동화를 위한 AI 로봇 도입마저 노동조합의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저항은 단지 산업의 변화를 늦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 AI 스타트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젊은 기술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게 만드는 악순환을 불러온다. 결국 국가의 혁신 역량이 정체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전 교육과정에 AI 융복합 교육을 본격 도입해 AI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는 AI 교육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초·중등부터 대학, 직업훈련 및 산학협력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AI 이해와 응용능력을 기본 역량으로 키워야 한다.
규제 또한 시범사업에서 부작용이 없는 분야는 즉시 확대 적용하고 위험 요소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관리하면 된다. 특히 의료와 법조 분야에는 ‘AI 바우처 제도’ 도입을 제안한다. 정부가 AI 이용권을 발급하고 법조계나 의료기관이 이를 통해 AI 서비스 공급자에게 비용을 지불하면 국가는 정산해 주는 방식이다. 이는 중소 로펌이나 지역 의료기관의 AI 도입 부담을 줄이고 국민에게는 신속하게 저비용·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며 동시에 AI 기업의 성장 기반도 마련할 수 있다.
AI 활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늦어질수록 국가 경쟁력의 격차는 커진다. 특히 온라인 초연결 시대에는 국경과 시간의 제약이 사라진다. 국가 간 경쟁의 본질은 AI를 얼마나 현명하게 활용하느냐로 옮겨 가고 있다.
AI는 위협이 아니라 혁신성장의 동력이다. 이익의 향유와 권력의 유지를 위해 ‘규제의 보호막’을 치는 사회는 결코 미래 혁신을 이끌 수 없다. ‘일상 속 AI혁명 시대’를 한국이 열어야 한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