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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은 19일 전남 해남군의 파인비치 골프링크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30만 달러)우승을 차지한 뒤 이같이 밝혔다. 김세영은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치고 최종 합계 24언더파 264타를 기록해 2위 하타오카 나사(일본·20언더파 268타)를 4타 차로 따돌리고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에 섰다.
김세영은 지난 2020년 11월 펠리컨 여자 챔피언십 우승 이후 무려 4년 11개월 만에 LPGA 투어 통산 13승째를 거머쥐었다. 우승 상금은 34만 5000달러(약 4억 9000만 원)다.
◇고향팬들 응원 받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고향에서의 우승이기에 더 값지다. 김세영은 해남 인근인 전남 영암군에서 태어났고, 아직 영암군에 친척들이 거주 중이다. 덕분에 1라운드부터 많은 가족, 친지, 친구들이 김세영을 응원하기 위해 대회장을 찾았고 김세영은 첫날부터 10언더파를 몰아쳤다. 응원의 힘을 받은 김세영은 최종 4라운드까지 선두를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김아림, 유해란에 이어 올 시즌 세 번째다.
김세영이 우승하면서 이번 시즌 한국은 최다승 국가로 올라섰다. 한국은 김아림, 김효주, 유해란, 임진희·이소미, 황유민이 5승을 합작해 일본과 다승 공동 1위였지만, 이제 시즌 6승으로 올해 투어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국가가 됐다.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초대 챔피언 장하나(2019년), 2회 우승자 고진영(2021년)에 이어 4년 만이다. LPGA 투어에서 김세영보다 많이 우승한 선수는 △박세리(25승·메이저 5승) △박인비(21승·메이저 7승) △고진영(15승·메이저 2승) 뿐이다. 이번 우승으로 김세영의 통산 상금은 1500만 달러(약 214억 원)를 돌파, 로레나 오초아(멕시코·1486만 3331달러)를 제치고 이 부문 10위(1518만 9333달러)에 올랐다.
◇갑자기 찾아온 슬럼프…“다시 신인의 자세로”
김세영은 여자골프 선수 가운데서도 가장 특징이 뚜렷한 선수다. 우승 경쟁을 펼치는 마지막 날에는 어김없이 빨간 바지를 입고 나온다. 또 통산 12승 중 절반 이상을 역전 우승으로 따내 ‘빨간 바지의 마법사’, ‘역전의 여왕’으로 불린다.
김세영은 LPGA 투어에 데뷔한 2015년 3승을 거두며 그해 신인왕에 오른 뒤 △2016년 2승 △2017년 1승 △2018년 1승 △2019년 3승 △2020년 2승 등 매해 꾸준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LPGA 투어 올해의 선수가 되고 세계 랭킹 2위까지 오를 만큼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21년부터 주춤했다. LPGA 투어 데뷔 후 처음으로 우승 없이 시즌을 마무리했고, 2023년에는 22개 대회에 출전해 두 차례만 ‘톱10’에 드는 등 미국 진출 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김세영은 지난해부터 이를 악물었다. 그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며 “신인의 자세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날은 ‘빨간 바지의 마법’이 다시 시작된 날이다. 오랜만에 우승에 도전한 김세영은 초반에는 긴장감에 3번홀(파3)에서 짧은 파 퍼트를 놓쳐 보기를 범했다. 1번홀(파4)부터 버디를 잡은 노예림(미국)에게 2타 차로 쫓겼지만, 더 이상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샷 정확도가 살아난 김세영은 5번홀(파4)부터 7번홀(파4)까지 세 홀 연속 버디를 잡아 4타의 격차를 유지했다. 9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한 김세영은 14번홀(파4)과 15번홀(파3)에서 아이언 샷을 다시 핀에 가깝게 붙여 연속 버디를 잡으며 독주했다. 이미 6타 차로 달아난 김세영은 바람이 거세진 경기 막판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남은 홀에서 모두 파를 기록하고 우승을 확정한 김세영은 두 팔을 번쩍 올리며 기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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