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대모산성에서 출토된 목간(木簡·글씨를 새긴 나무조각)에 이두(吏讀) 표현이 사용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두는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우리말을 표기한 방식이다.
약 1천100년 전 궁예(?∼918)가 세운 태봉(泰封) 시대 문자 자료가 이두 연구에도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지 주목된다.
19일 연합뉴스 및 학계에 따르면 권인한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최근 열린 한국목간학회 제53회 정기 발표회에서 양주 대모산성 출토 목간을 판독·연구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목간은 2023년 발견된 유물로 길이 약 30㎝에 이르며 8면 전체에 글과 그림이 남아 있다.
국내 출토 고대 목간 가운데 가장 많은 123자(2023년 판독 기준)가 적혀 있으며, ‘정개 3년’(政開三年)이라는 기록이 있어 태봉국이 914∼918년 사용한 연호 ‘정개’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태봉국과 관련된 목간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 교수는 목간 사진과 적외선 촬영본을 분석해 표면의 묵서(墨書)를 판독했다.
그는 목간의 주인공을 ‘무등’(茂登)으로 알려졌던 인물이 아닌 ‘무금’(茂金)으로 새롭게 판독하고, “신해년(891)에 태어난 26세 무금, 이 사람은 고아지만 (그로) 하여금 널리 쓰라는 교시가 있었다”고 해석했다.
또한 ‘용’(龍)은 용왕으로, ‘환사’(幻史)는 환술사로 보았다.
그는 “부적 인물화로 보이는 그림이 있으며, ‘환사’는 주술이나 도술을 행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사를 모셔 놓고 916년 음력 4월 9일에 대정(大井·큰 우물)의 용왕신께 무금의 소생을 비는 제의 의식과 사후 처리 과정을 정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권 교수는 목간에서 총 다섯 곳의 이두 토(조사나 어미를 나타내는 문법형)를 확인했다.
그는 2면의 ‘爲在’(위재)를 이두 ‘하견’으로 판독했으며, 이는 명사를 수식하는 표현으로 ‘∼한’, ‘하는’, 혹은 ‘∼한 것’의 의미로 풀이된다.
이 표현은 1198년 작성된 ‘장성감무관첩’(長城監務官貼)보다 280여 년 앞선 시기의 용례로, “‘하견’이 확인된 가장 이른 사례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해석한 내용을 보면 1·2면을 제외하면 문장 흐름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며 “용왕을 대상으로 한 제의문이 지닌 주술적 언술이기 때문디ㅏ”고 설명했다.
또 “전(傳) 인용사지 목간에서도 비슷한 해석의 어려움이 있었다”며 “주술 언어는 일상 언어와 달리 단어나 문장을 구사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대모산성 목간은 한문에 이두 토를 섞어 쓴 혼합 문장으로, 통일신라에서 고려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두의 변모 양상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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