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여 글자 빼곡히 담긴 '궁예의 나라' 목간…"이두 표현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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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여 글자 빼곡히 담긴 '궁예의 나라' 목간…"이두 표현 사용"

연합뉴스 2025-10-19 13:1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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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인한 교수, 목간학회서 발표…"26세 '무금'의 소생비는 제의 담겨"

처음 확인된 이두 표현도 눈길…당대 이두 사용·발달사 연구에 도움

양주 대모산성에서 출토된 목간 양주 대모산성에서 출토된 목간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경기 양주 대모산성에서 출토돼 주목받았던 목간(木簡·글씨를 쓴 나뭇조각)에 이두 표현이 쓰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두는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우리말을 적은 표기법을 뜻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1천100년 전 궁예(?∼918)가 세운 나라 '태봉'(泰封)의 흔적이 남아있는 문자 자료가 이두 연구에도 도움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학계에 따르면 권인한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최근 열린 한국목간학회 제53회 정기 발표회에서 양주 대모산성에서 출토된 목간을 판독해 연구한 결과를 공개했다,

양주 대모산성에서 출토된 목간 양주 대모산성에서 출토된 목간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3년 출토된 목간은 최근 학계가 주목하고 있는 유물이다.

목간은 약 30㎝ 크기로, 총 8면에 걸쳐 글과 그림이 남아있다. 국내에서 출토된 고대 목간 중에서는 가장 많은 글자(2023년 판독 기준 123자)가 적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정개 3년'(政開三年)이라 적힌 부분이 있어 학계에서는 태봉국에서 914년부터 918년까지 약 5년간 쓴 연호 '정개'와 연관됐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 태봉국과 관련한 목간이 확인된 건 처음이다.

국어 음운론과 국어사 전문가인 권 교수는 대모산성에서 출토된 목간 사진과 적외선 촬영본을 바탕으로 표면에 남은 묵서 내용을 판독했다.

양주 대모산성에서 출토된 목간 양주 대모산성에서 출토된 목간

[양주시·기호문화유산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권 교수는 이 목간이 '무금'(茂金)이라는 인물과 관련된 것으로 봤다. 발견 당시에는 이름을 '무등'(茂登)으로 읽었으나 글자 획 모양 등을 고려해 새로 판독했다.

그는 이를 근거로 4번째 면에 적힌 글자를 "신해년(891)에 태어난 26세 무금, 이 사람은 고아지만 (그로) 하여금 널리 쓰라는 교시가 있었다"고 해석했다.

권 교수는 목간에 적힌 '용'(龍)을 용왕으로, '환사'(幻史)를 환술사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목간 1면에 사람 얼굴로 추정되는 그림이 남아있는 것과 관련해 "부적 인물화"라고 설명하며 "'환사'는 주술이나 도술을 행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목간에 남은 글자와 그림 목간에 남은 글자와 그림

[양주시·기호문화유산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 "환사를 모셔 놓고 916년 음력 4월 9일에 대정(大井·큰 우물)의 용왕신께 무금의 소생을 비는 제의 의식과 사후 처리 과정을 정리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권 교수는 목간의 글자를 판독할 때 총 5곳에서 이두 토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토는 우리말의 조사나 어미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두에 쓰인 문법 형태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그는 2면에서 한자어 '爲在'(음으로는 '위재') 즉, 이두 '하견'이 쓰인 것으로 판독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제공하는 이두 용례사전에 따르면 '하견'은 명사를 수식하는 이두로 '∼한', '하는', 혹은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양주 대모산성 출토 목간 모습과 적외선 촬영본 양주 대모산성 출토 목간 모습과 적외선 촬영본

권인한 교수 발표 자료 캡처한 것으로, 기호문화유산연구원이 2024년 1월 19일이 공개한 사진. [기호문화유산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198년에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장성감무관첩'(長城監務官貼) 문서에는 '하견' 표현이 나오는데 대모산성 목간의 표현은 이보다 280여 년 빠르다.

권 교수는 "'하견'이라는 표현이 확인된 사례 가운데 가장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존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이두 토가 확인된 부분도 2곳"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목간에 쓰인 문장 구성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석한 내용을 보면 1·2면을 제외하면 무슨 뜻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문장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하거나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태봉국 목간'이 발굴된 양주 대모산성 집수시설 '태봉국 목간'이 발굴된 양주 대모산성 집수시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는 "용왕을 대상으로 한 제의문이 지닌 주술적인 언술"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제의 의식을 담은 전(傳) 인용사지 목간에서도 해석의 어려움을 경험한 바 있다"며 "주술적인 언술은 일상 언어와는 다르게 단어를 쓰거나 문장을 구사할 수 있다"고 봤다.

이번 연구는 10세기 이두 존재와 발달사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권 교수는 "대모산성 목간은 한문에다 이두 토를 섞어 쓴 혼합 문장"이라며 "통일신라에서 고려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이두의 단계적 변모 상을 확인할 수 있다"고 의의를 밝혔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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