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에 10년이나 걸렸는데… 행사에 방치돼 결국 폐사한 '멸종위기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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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에 10년이나 걸렸는데… 행사에 방치돼 결국 폐사한 '멸종위기 동물'

위키푸디 2025-10-19 12:57: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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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의 다리와 발이 갯벌 위로 드러나 있다. / 국립생물자원관
황새의 다리와 발이 갯벌 위로 드러나 있다. / 국립생물자원관

경남 김해시가 최근 화포천습지 과학관 개관식에서 방사한 천연기념물 황새 1마리가 폐사한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이 제기됐다. 17일 김해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5일 열린 과학관 개관식에서 황새 방사 행사를 진행했다.

방사된 황새는 3마리로, 2022년 충남 예산 황새 복원 사업을 통해 들여온 암수 한 쌍과 올해 3월 화포천 습지 봉하 뜰에서 부화한 새끼 황새다. 황새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199호다.

방사 행사는 시장과 국회의원 등 주요 내빈의 연설이 끝난 뒤 진행됐다. 황새들은 약 1시간 40분 동안 폭 30~40㎝가량의 목재 케이지 안에 머물렀으며, 당시 외부 기온은 22도 안팎이었다. 방사 순간 수컷 황새 한 마리가 케이지에서 나온 직후 날지 못하고 쓰러졌고, 현장 사육사들이 즉시 응급 처치를 시도했으나 끝내 폐사했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는 “고온 속 장시간 방치로 인한 폐사”라고 지적했으며, 김해시 관계자는 “국가유산청에 관련 사실을 보고했고, 향후 절차를 논의 중”이라고 밝혀 추후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새는 어떤 새인가

황새 한 쌍이 해가 질 녘 습지 위를 거닐고 있다. / 국립생물자원관
황새 한 쌍이 해가 질 녘 습지 위를 거닐고 있다. / 국립생물자원관

황새는 크고 우아한 체형을 가진 대형 조류다. 몸 전체는 흰색에 가까우며, 부리와 날개 끝은 짙은 검은색을 띤다. 목둘레에는 길게 뻗은 깃털이 둘리어 있고, 붉은 다리와 노란빛 홍채, 붉게 둘린 눈가가 큰 특징이다. 수컷과 암컷의 외형은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주로 논이나 저수지, 하천, 습지 주변에서 지내며, 습지에 사는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다. 날 때는 목과 다리를 곧게 뻗어 천천히 하늘을 가르며 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번식기는 봄철인 3~5월 사이로, 키가 큰 나무나 전신주, 철탑 위에 마른 가지를 엮어 둥지를 짓는다. 한 번에 3~4개의 흰 알을 낳고, 암컷이 낮 동안 품으며 수컷은 먹이를 운반한다.

한때 전국에서 살던 새

암컷이 알을 품는 동안 수컷이 둥지를 정리하고 있다. / 국립생물자원관
암컷이 알을 품는 동안 수컷이 둥지를 정리하고 있다. / 국립생물자원관

황새는 과거 전국의 논과 습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새였다. 그러나 1960~70년대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급격히 달라졌다. 논에는 농약이 뿌려지고, 습지가 사라지면서 서식지가 없어졌고, 밀렵꾼의 총에 맞는 일도 잦았다. 1971년 충북 음성에서 마지막 황새 한 마리가 총에 맞아 숨지면서, 우리나라에서는 황새가 사실상 멸종된 것으로 간주했다.

그로부터 약 40년 뒤인 2015년, 충남 예산군에서 황새 복원 사업이 첫 결실을 보았다. 독일과 러시아에서 들여온 개체를 인공 사육하며 번식에 성공했고, 그해 처음으로 야생 방사가 이뤄졌다. 2015년 첫 방사 이후 올해로 10년째 복원 사업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예산을 비롯해 아산, 서산, 태안, 나주, 고창, 구미 등지에서도 번식 소식이 이어졌으며, 2024년 기준 전국에서 약 24쌍의 황새가 새끼를 낳았다. 황새는 매년 서식지를 넓히며 ‘자연 복귀’의 길을 걷고 있다.

습지가 살아야 황새도 산다

논 위에서 황새들이 먹이를 찾고 있다. / 위키푸디
논 위에서 황새들이 먹이를 찾고 있다. / 위키푸디

황새의 복원을 위해서는 우선 먹이가 풍부한 습지가 필요하다. 황새는 미꾸라지, 개구리, 물고기, 들쥐 등 습지에 사는 동물을 먹으며 살아가는 육식성 조류다. 한 쌍이 새끼 네 마리를 키우려면 하루에 약 5kg의 먹이가 필요할 만큼 먹이 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넓은 논과 깨끗한 하천이 유지되어야 황새가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황새가 살아가는 환경은 여전히 불안하다. 전깃줄에 부딪혀 다치거나 농약에 노출돼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매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관련 기관과 지역사회가 전선 지중화, 친환경 농업 확대 등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처럼 황새 복원은 단순히 한 종을 되살리는 일이 아니다. 습지를 지키고 생태계를 보전하려는 농민과 시민의 참여가 함께할 때 비로소 그 노력이 완성된다. 생태 복원은 제도나 시설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멸종위기종을 대하는 사회의 인식과 태도가 바뀔 때, 황새는 비로소 안전하게 하늘을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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