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전기차 전쟁은 내년”···보조금 더 풀고 中 가세

지하주차장 전기차 주차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확대와 중국 제조사들의 본격 진입으로 내년 전기차 시장의 경쟁 구도가 급변할 전망이다. 최대 400만원 수준의 보조금 지원과 지커·샤오펑 등 중국 브랜드의 공세 속에 기술력과 가격 경쟁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불가피하다.

◇정부 보조금 400만원까지 확대···전환 지원금 신설

19일 환경부에 따르면 2026년 전기차 구매 보조금 예산을 약 15조9000억원으로 확정했다. 올해 대비 7.5% 증가한 규모로, 보조금 한도를 기존 300만원에서 최대 400만원까지 올려 전기차 구매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내연기관차를 폐차하거나 교체하고 전기차로 전환하는 경우 기존 보조금에 1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전환 지원금’ 제도를 신설해 구매 인센티브를 대폭 높였다. 이로써 내년 구매자는 국비와 지자체 보조금을 합쳐 최대 700만원 수준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전기차 대중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본격 국내 공략 예고

이에 더해 중국 전기차 업계가 내년 국내 시장 공세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지리자동차의 전기차 프리미엄 브랜드인 ‘지커(ZEekr)’는 내년 1분기 서울·경기 지역에 전시장 개설과 신차 인도를 계획 중으로, 첫 모델로 1회 충전 시 최대 620km 주행 가능한 ‘지커001’을 내놓을 예정이다. 샤오펑 역시 국내 판매를 확정지었으며, BYD는 올해 하반기부터 아토3에 이어 씰, 씨라이언7 등 신차 라인업을 갖추고 중·저가 시장을 공략한다.

미국과 유럽의 고관세 장벽을 피해 한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은 국내 완성차 업계에 긴장감을 주고 있다. 주요 중국 브랜드는 가격 경쟁력과 첨단 디지털 기능으로 무장해 현지 소비자 공략에 나서 내년 전기차 시장 판도를 흔들 것으로 평가된다.

아이오닉의 첫 소형 EV 콘셉트카. [사진=현대차]

◇국내 완성차, 기술력 강화·보조금 확대로 맞불

현대차·기아는 내년 전기차 경쟁에서 기술력을 무기로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IMA(Integrated Modular Architecture) 기반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기아는 소형 SUV EV3, 중형 EV5 등 다양한 차종으로 라인업을 강화한다.

현대차의 IMA를 활용한 첫 양산 모델 중 하나가 보급형 전기차 ‘아이오닉 3’가 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년 유럽 시장을 주력으로 개발하고 있다. 지난 9월엔 IAA 모빌리티에서 IMA 기반의 콘셉트카 ‘콘셉트 쓰리’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외에 국산 전기차가 중국산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받는 경향이 있는 점도 강점이다. 보조금 지급 기준이 배터리 효율성, 재활용 가치, 충전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에너지 밀도와 재활용 가치가 높은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주로 탑재한 국산차의 보조금이 높은 것이다. 반면 중국산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내년 시장 경쟁의 승패는 연초에 나올 보조금 정책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전망한다. 소비자 구매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보조금의 금액과 지원 범위가 시장 구조를 바꾸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가격 경쟁에서 본격적인 우위를 점하고, 중국과 국내 완성차가 기술과 가격으로 맞붙기 시작하는 시기”라며 기술과 서비스 측면에서 국산 브랜드가 가진 경쟁력이 중국 브랜드와의 차별화 요소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