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기성용이 친정팀 서울을 상대로 승리한 복잡한 소감을 밝혔다.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5 33라운드를 치른 포항스틸러스가 FC서울에 2-1로 이겼다. 포항은 승점 51점으로 리그 4위를 공고히 했다.
이날 기성용은 오베르단과 변함없이 중원 조합을 이뤄 선발 출전했다. 전반적으로 날카로운 패스와 킥을 통해 경기를 조율하는 모습은 그대로였다. 전반 29분에는 정확하게 프리킥을 반대편 골문 쪽으로 보내 이호재의 헤더 선제골을 이끌어냈다. 후반 4분에도 날카로운 패스를 통해 조르지의 득점을 만드는 듯했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추가 도움에는 실패했다.
기성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적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있었고, 특히 후반에 교체된 서울의 안데르손과 문선민을 제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후반 22분 실점까지 내줬다. 그럼에도 기성용이 있는 포항 중원은 비교적 안정적인 경기력을 유지했고, 후반 40분 주닝요의 결승골로 승리를 함께했다.
기성용은 선제골 당시 동료들과 함께 득점의 기쁨을 나누기도 했지만, 크게 좋아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듯 보였다. 경기 후에는 서울 선수가 아닌 포항 선수로서 서울 응원석을 찾아가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경기 후 수훈선수로 선정된 기성용은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에서 포항으로 이적한 뒤 4개월가량 느꼈던 것들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이하 기성용 수훈선수 기자회견 전문.
경기 총평
지난 두 경기 2연패를 당해서 팀 안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팀이 하나로 뭉쳐서 경기를 준비했다. 개인적으로 특별한 경기였고, 팀에도 더 높은 목표를 차지하기 위해 중요한 경기였다. 승점 3점에 보탬이 돼 기쁘고, 팀적으로도 기쁜 경기였던 것 같다.
이번 경기 준비하는 마음가짐
다들 아시다시피 서울이란 팀은 내게 특별하다. 어렸을 때부터 상암에서 꿈을 키워왔다. 오늘 대표팀도 마찬가지고 서울에서 홈 라커룸을 썼는데 처음으로 원정 라커룸을 들어가 기분이 묘했다. 베테랑으로서 냉정해지고, 개인적인 이익과 감정보다는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자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경기 전부터 여러 관심과 기대가 있었는데 냉정해지려고 노력했다.
첫 번째 득점 이후 동료들의 축하
선수들에게 아무래도 지난 서울 원정에서 1-4로 대패를 당하면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던 것 같다. 내가 포항에 감으로써 여러 스토리가 많이 써졌다. 선수들도 당연히 경기장에 들어가면 지고 싶어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원정에서 많은 팬들 앞에서 승리하고 싶었던 강인한 승부욕이 보였다. 선수들이 어느 때보다도 최선을 다했다. 개인적으로도 고맙고, 열심히 하려 했는데 옆에서 많은 도움을 줘서 동료들에게 감사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서울의 플레이 스타일
서울에 대해서는 나와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이 많고,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가 어떤 걸 주문하고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 부분이 많이 도움이 됐다. 정보를 많이 공유했다. 상대보다는 우리에게 초점을 맞췄다. 포항이라는 팀이 가진 장점이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할 때 좋은 모습을 선수들이 보였나 생각했다. 2연패를 했을 때 그런 부분에 아쉬움이 있었다. 순위권에서 굉장히 가까이 위치해있기 때문에 서울은 좋은 선수도 많고, 개인 기량이 좋은 용병들과 문선민, 정승원 등 공격적으로 능력 있는 선수가 많았다. 수비에 대해서 다른 경기보다는 철저하게 마크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수비적으로는 조영욱 선수에게 실점한 것 빼고는 완벽하게 해낸 것 같다.
경기 끝나고 서울 팬들에게 인사
내 마음을 누구도 헤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 팀에서 오랜 기간 사랑받았고, 항상 얘기했지만 서울 팬들은 내게 정말 소중하다.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항상 위로해주시고, 팀이 어려울 때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다.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개인적인 감정을 내려놓자고 생각했지만 인간이기에 복잡한 마음이 있었다. 그분들에게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도리라고 생각했다. 경기가 끝나고 인사는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포항 팬들도 이해할 거다.
포항과 재계약 생각
마지막 5경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한 경기 한 경기를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고 싶다.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현재를 즐기려 노력하고 있다. 이적하는 여러 상황 속에 힘든 시간이 많이 있었는데 박태하 감독님께서 큰 힘이 돼주셨다. 동료들도 포항에 오면서 나도 노력했지만 내게 다가와주고 포항에 대한 문화를 잘 알려주면서 적응할 수 있게끔 도움을 줬다. 마지막 5경기를 후회 없이 치르고 싶고, 내년에 우리 팀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도전할 수 있는 위치에서 마무리하고 싶다. 매 경기 결승전 같이 쉽지 않은 경기다. 모두가 강팀이다. 오늘 같은 집중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포항 팬들의 기성용 연호와 서울 팬들의 야유
이적을 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힘든 시간이었다. 어떤 팬들은 나를 여전히 사랑해주시지만, 나를 비난하는 팬들도 있을 거다. 이해한다. 중요한 건 포항에서 다시 축구를 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다. 포항 팬들은 나를 반겨주시고 경기장 안팎에서 팬들이 어딜 가나 환영해주신다. 서울에 있을 때도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고 감사함도 잊지 않고 있다. 포항에 가서도 많은 분들이 환영해주시고 위로해주셨다. 선수로서 축복이지 않나 싶다. 상처를 받고 나를 비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받은 사랑들에 감사하다. 쉽지 않은 마음으로 이 경기를 준비했고, 상황은 벌어졌다. 한 번 더 경기가 남았지만 잘 준비해서 그 상황을 맞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양 팀 팬들에게 항상 감사하다. 인사하러 갔을 때 많은 분들이 박수쳐주신 것도 감사하다.
이적 후 마음 정리
아직 완벽하게 마음이 정리됐다기 보다는 포항에 가서 축구에 집중할 환경을 만들어주셨다. 내가 축구에 집중하고 선수들과 지내면서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들을 잊고 축구에 집중할 수 있게끔 팀에서도 많이 노력해주셨다. 포항이라는 지역이 다른 생각을 버리고 축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있다. 광훈이 형이라는 큰 힘이 돼주는 선배도 있다. 지난 3개월은 아무 생각 없이 축구에 매진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릴스나 이런 것들은 좀 힘들지만, 축구에 집중할 수 있게 잘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포항과 서울의 구단 문화 차이
어느 팀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는 아니다. 비교라기보다는 도시의 특성, 생활의 특성, 선수들의 특징, 팀의 예산 등이 다 다르다. 포항에서는 숙소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서울에는 그런 시설이 크게 없어서 집을 왔다갔다 했지만, 지금은 포항 숙소에서 훈련 전에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훈련 후에도 경기를 보고 분석한다. 인간관계도 포항에 있으면 약속도 없을 수밖에 없다. 서울에 있는 선수들은 이름값이 포항보다 좋다. 모두가 아는 사실일 테다. 예산도 서울이 더 높다. 그래도 포항은 축구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지 않나 싶다. 스완지나 선덜랜드 같은 도시라고 했는데, 그런 건 팀들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포항의 분위기가 주는 어드밴티지가 있는 것 같다.
사진= 풋볼리스트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