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피부과 시술과 동일한 효과’와 같이 과도한 홍보문구로 소비자들을 현혹시킨 뷰티 디바이스가 인증받지 않은 제품이 ‘의료기기 급’ 효능은 물론, 일부 제품의 안전성 문제가 드러나는 등 뷰티 시장의 암초로 작용하고 있다. 자칫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인 뷰티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 중인 핸디형 피부관리기기 10개를 조사한 결과 일부 제품이 기준치를 초과한 전류를 발생시키거나 피부를 과도하게 자극해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됐다. 특히 EMS(저주파)와 고주파가 동시에 작동하는 일부 제품은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판매 중지 및 품질 보완 권고를 받았다.
문제는 이들 제품 상당수가 의료기기 인증을 받지 않았음에도 ‘피부과 시술과 동일한 효능’을 내세워 광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 대상 중 7개 제품이 ‘리프팅 효과’, ‘세포 재생’, ‘주름 완화’ 등 의료기기로 오인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같은 과장된 홍보 속 피해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핸디형 피부관리기 피해 사례는 지난 2023년 22건에서 지난해 33건, 올해 8월까지 35건이 보고되며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안전성 검증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시장은 오히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뷰티디바이스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2100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지난해 6800억원으로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성장세의 배경으로 코로나19 이후 확산된 ‘셀프 관리’ 문화를 꼽는다. 집에서도 간편하게 피부를 관리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국내 뷰티 기업들이 축적한 기술력이 홈케어 뷰티 디바이스 시장으로 확장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대다수의 뷰티 디바이스는 의료기기가 아닌 미용기기(공산품)로 분류된다. 의료기기와 일반 미용기기는 구조적인 차이가 있어 동일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일반 미용기기의 경우 작동 원리와 출력 강도가 의료기기와 다르기 때문에 알맞게 사용할 경우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효과는 있으나 ‘피부과와 동일’한 즉각적인 효과는 구현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피부과 시술이 단기간의 집중 치료라면 홈케어 기기는 전문가가 아닌 일상에서 생활하는 소비자가 사용하기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졌다”며 “낮은 강도로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는 형태”라고 설명한다.
고물가 시대가 이어지면서 비싸진 피부 시술을 대신해 보다 저렴하게 관리하려는 소비 심리도 시장 확대에 주효했다. 초기에는 고가 제품 위주였던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 중저가·고성능인 ‘가성비’ 모델이 등장하면서 가격 장벽이 낮아진 것이다. 제품 가격이 시술 가격보다 저렴해지면서 수요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실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시술 한 번 받는 값과 비슷해 구매했지만 눈에 띄는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럼에도 시장에는 ‘의료기기와 동일한 효과’를 내세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여전히 등장하고 있다. 이 같은 광고는 소비자에게 의료 시술 수준의 결과를 기대하게 만들어 과장 광고와 안전성 논란을 키운다. 일반 미용기기는 의료기기와 다른 인증 체계를 갖고 있어 ‘피부과와 동일한 원리’라는 홍보 문구가 사실상 소비자 판단에 맡겨지는 셈인 것이다.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는 뷰티 디바이스가 차세대 K뷰티 성장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메디큐브는 최근 ‘하이 포커스 샷’의 업그레이드 모델 ‘하이 포커스 샷 플러스’를 선보였으며 ‘에이지알’은 글로벌 누적 판매량이 400만대를 돌파했다고 밝힌 바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6월 LG전자로부터 LG프라엘(Pra.L) 브랜드를 인수하며 지난 15일 두 번째 신제품을 발표했다.
그러나 급격한 산업 성장 속도에 비해 안전성 검증과 광고 규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뷰티 디바이스 시장의 가파른 성장 가운데 안전성 논란은 일부 제품이 산업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며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인 만큼 안전 검증이 최우선으로 보장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해외 시장 수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는 문제”라며 “기업들은 진정성 있는 광고와 보장된 검증으로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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