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지혜·박효령 기자】최근 항공업계 종사자들의 5년 간 산업재해 신청 건수는 45건, 승인 건수는 39건에 불과했다. 국내 주요 항공사 종사자는 3만명이 넘지만 이들 중에서 산업재해를 신청하거나 승인해주는 비율이 0.1% 수준에 그쳐 항공업 종사자들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질병재해 중 중증 질환인 직업성암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질병재해 승인율은 60% 수준에 그쳐 항공업계 노동자의 전반적인 건강 관리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의원(국민의힘)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항공사별 항공노동자 직군의 산재 신청 건수, 승인·불승인 목록, 주요 질병 유형 자료를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 최근 5년(2020~2025년) 간 항공업계 노동자의 산재 신청 건수는 총 45건으로 파악됐다. 이 중 39건(승인율 86.7%)이 산재로 인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사고재해가 26건(승인 24건)으로 가장 많았고, 질병재해가 10건(승인 6건), 출퇴근재해가 9건(모두 승인)이었다.
특히 질병재해 중 직업성암이 4건(승인 3건), 호흡기계 2건(승인 1건), 난청 2건(승인 1건), 정신질병 1건(모두 승인) 기타 1건(불승인) 등 중증 질환에 집중된 양상이 확인됐다.
특히 항공 승무원의 경우 북극항로 비행에 따른 우주방사선 노출로 백혈병·혈액암 발병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지난 9월에는 우주방사선으로 인한 위암이 산재로 인정된 판결이 나온 바 있으며 2018년에도 급성백혈병 판정을 받은 항공 승무원의 산재가 인정된 사례가 있다. 이로 미뤄볼 때 항공노동자 직업병에 대한 면밀한 역학조사와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면 근골격계와 뇌심혈관과 관련된 항목에서는 신청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실제 발병과 산재신청 간의 상관관계 연구 및 절차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사별로는 ▲대한항공 19건(승인 17건) ▲아시아나항공 10건(승인 9건) ▲제주항공 11건(승인 8건) ▲진에어 1건(승인 1건) ▲티웨이항공 2건(승인 2건) 순으로 집계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항공사 노조 관계자는 “항공업계 특유의 경직된 조직 문화가 산재 신청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작은 부상이나 경미한 질병조차 ‘조금 다쳐도 비행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참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저연차 노동자들은 산재 기록이 경력이나 승진에 불이익으로 이어질까 두려워 신청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며 “암이나 백혈병 등 질병 관련 산재에 대한 인식도 최근에서야 조금씩 개선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항공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고, 산재 교육을 강화해 필요한 경우 누구나 안전하게 산재를 신청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소희 의원은 “항공산업은 여전히 산업재해 신청 건수가 저조하고 질병 재해 승인율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노동자들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다각적이고 체계적인 대책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항공사들도 자체적인 관리 체계와 산재 예방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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