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김도하 기자] 한국의 조명우(서울시청)가 45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의 전설의 기록에 도전한다.
세계선수권 연속 우승은 1980년에 레이몽 클루망(벨기에)의 대회 6연패를 마지막으로 한 번도 2년 연속 우승한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클루망은 1963년부터 1973년까지 11년 연속 세계선수권을 우승한 불멸의 기록을 작성한 전설의 선수다.
이후 토브욘 블롬달(스웨덴)이 2년 연속 세계챔피언에 오른 적이 두 차례 있지만, 세계선수권 우승이 아닌 당구월드컵 합산 성적으로 정상을 차지했다.
세계캐롬당구연맹(UMB)은 지난 1987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사상 처음 세계선수권을 개최한 뒤 세계당구월드컵협회(BWA)와의 갈등이 심해지며 1988년부터 1993년까지 세계선수권 개최를 하지 않았다.
이 시기에 세계챔피언은 당구월드컵 1년 성적을 합산해 1위에 오른 선수가 차지했다. 한국의 '3쿠션 레전드' 이상천 전 대한당구연맹 회장이 한국 선수로는 처음 세계챔피언에 오른 1993년이 바로 그때다.
따라서 한국 선수 중 세계선수권 최초 우승자는 2014년 최성원(휴온스)이 처음이다. 최성원은 2014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블롬달을 꺾고 역대 한국 최초 3쿠션 세계챔피언에 올랐다.
블롬달은 1987년 카이로 세계선수권을 우승한 뒤 이듬해부터 세계선수권이 개최되지 않으면서 20대 중반 나이의 전성기 시절에는 대회 2연패의 기회가 없었다.
다만, 1988년에 당구월드컵 우승 성적으로 세계챔피언에 2년 연속 올랐고, 1991년과 1992년에도 2년 연속 정상을 차지했다.
1997년에 네덜란드 그루벤보스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두 번째 우승한 블롬달은 1998년 프랑스 레제에서 개최된 세계선수권에서 2년 연속 결승에 진출했다.
그러나 블롬달은 다니엘 산체스(스페인·웰컴저축은행)에게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하며 준우승에 그쳐 세계선수권 2연패에는 실패했다.
블롬달은 1999년 콜롬비아 보고타 세계선수권에서 결승에 진출하며 현역 선수 중에서는 유일하게 3년 연속 세계선수권 결승 진출을 달성했다. 이때는 프레데리크 쿠드롱(벨기에)에게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마저도 현역 중에서는 블롬달,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 외에는 달성한 선수가 없다. 카시도코스타스는 2003년과 2004년에 연속 결승에 올라와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다.
3쿠션 사대천왕으로 블롬달과 함께 수십 년 3쿠션 세계무대를 호령한 딕 야스퍼스(네덜란드)와 쿠드롱, 산체스 등도 세계선수권에 한 번도 2년 연속 결승에 올라오지 못했다.
블롬달은 2014년에 서울 세계선수권 결승에 올랐지만 최성원에게 져 준우승에 머물렀고, 2015년 프랑스 보르도 세계선수권에서 다시 한번 2년 연속 결승에 올라갔다.
당시 블롬달은 결승에서 한국의 강동궁(SK렌터카)을 승부치기에서 2 대 1로 꺾고 극적인 세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그리고 지난 2019년 덴마크 라네르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응우옌득아인찌엔(베트남)에게 40:37(22이닝)로 승리를 거두고 통산 4승을 달성했다.
이처럼 블롬달의 정식 세계선수권 우승은 1987년과 1997년, 2015년, 2019년 등 총 4회다. 현역 중 가장 많이 세계선수권을 우승한 선수는 통산 5승을 거둔 야스퍼스다.
야스퍼스는 블롬달처럼 연속 결승 진출은 하지 못했으나, 1999년 처음 3위에 올랐다. 이 당시에는 3·4위전을 벌였고, 야스퍼스가 디온 넬린(덴마크)를 2-1로 꺾었다.
이어 2000년 프랑스 생테티엔 세계선수권에서 야스퍼스는 결승에서 토니 칼센(덴마크)을 3-0으로 제압하며 첫 우승에 성공했다.
그리고 2004년에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카시도코스타스를 3-0으로 꺾고 두 번째 정상을 차지했다.
2011년에는 페루 리마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에게 3-2로 승리했고, 2018년에 이집트 카이로에서 제레미 뷔리(프랑스)를 승부치기 끝에 3 대 2로 꺾고 네 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야스퍼스는 2021년에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5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2022년 한국 동해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준결승에 진출했으나, 준결승에서 타이푼 타슈데미르(튀르키예)에게 47:50(20이닝)으로 져 연속 결승행에 실패했다.
세계선수권 통산 4승을 거둔 산체스는 1996년과 1998년에 징검다리로 결승에 진출해 준우승, 우승을 차지했다.
2005년에 두 번째 우승한 뒤 2007년에 한 번 더 징검다리 결승행에 성공했지만, 일본의 우메다 류지에게 발목을 잡혀 준우승에 그쳤다.
2010년에 세 번째 우승 후 2011년에 4강에 올랐고, 2015년에는 4강에서 강동궁(SK렌터카)에게 29:40(18이닝)으로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가 2016년에 결승에 올라가 한국의 김행직(전남-진도군청)을 40:37(19이닝)로 제압하며 통산 네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선수권을 세 차례 우승한 쿠드롱은 1999년 첫 우승 후 2013년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2017년 볼리비아 산타크루즈에서 세 번째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야스퍼스와 산체스, 쿠드롱 모두 결승에 2회 연속 진출한 적은 없고, 2년 연속 4강 진출은 달성했다. 조명우는 아시아 선수로는 현역 중 유일하게 2년 연속 4강 이상 성적을 거뒀다.
과거 최성원은 2012년 포르투 세계선수권 준우승과 2014년 서울 세계선수권 우승 등 징검다리로 결승 진출을 달성했다.
지난해 베트남 빈투언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쩐타인룩(베트남)을 50:23(20이닝)으로 꺾고 첫 우승한 조명우는 올해 다시 한번 세계선수권 4강에 진출하며, 2년 연속 결승 진출과 대회 2연패를 정조준했다.
18일 새벽 1시 30분(이하 한국시각)에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열린 '제77회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조명우는 애버리지 2.777의 맹타를 휘둘러 통산 두 번째 결승행을 노리던 니코스 폴리크로폴로스(그리스)를 18이닝 만에 50:15로 제압했다.
조명우는 이날 오후 9시 30분에 준결승에서 에디 멕스(벨기에)와 결승행을 다툰다. 멕스도 8강에서 18이닝 만에 50:19로 베르카이 카라쿠르트(튀르키예)를 꺾고 준결승에 올라와 지난해에 이이 2년 연속 조명우와 결승행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지난해에는 준결승에서 조명우가 멕스를 24이닝 만에 50:35로 꺾고 결승에 올라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 조명우는 32강에서 김행직을 23이닝 만에 50:38, 16강에서는 뷔리를 50:38(23이닝)로 꺾는 등 매 라운드 2점대의 맹타를 휘둘렀다.
멕스도 32강에서 블롬달을 50:34(23이닝), 16강에서 사미흐 시덤(이집트)을 50:31(24이닝)로 제압하며 조명우와 나란히 최고의 화력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번 경기는 조명우의 기록 달성에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명우가 과연 블롬달과 카시도코스타스에 이어 2년 연속 세계선수권 결승 진출과 함께 클루망 이래 45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2연패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SOO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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