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올해 역대 최대 규모 신용사면으로 약 370만명의 신용 회복이 예상되면서, 카드업계는 신규 고객 확보라는 호재와 연체율·부실 리스크 관리라는 시험대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고민하고 있다. 단기적 신규 발급 가능 차주는 약 29만명에 불과하지만, 카드사들은 금융포용성과 내실경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긴장 속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신용사면은 2020년 1월부터 올해 8월 사이 발생한 5000만원 이하 연체 채무를 올해 연말까지 상환한 개인과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대상자는 개인 295만명, 개인사업자 75만명으로, 이미 257만7000명의 연체 이력이 즉시 삭제됐다. 나머지 112만6000명도 채무를 모두 상환하면 신용점수가 평균 30~40점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로 약 29만명이 신용카드 신규 발급 기준(나이스신용평가 기준 645점)을 넘어 카드 발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카드사 입장에서는 단기적 신규 고객 유입이 곧 실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전체 카드사 회원 8027만5000명 대비 0.36% 수준에 불과한 신규 카드 발급 대상은 여러 카드사로 분산되고, 카드사별 부여 한도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규 카드 발급만으로 실질적 수익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금융포용성과 정책적 의미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단기호재속건전성관리 ‘부담’
문제는 신규 차주 유입이 건전성 부담으로 직결될 가능성이다. 올해 2분기 기준 신용카드사 8곳 평균 연체율은 1.88%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상승했다. 과거 신용사면 사례에서도 재연체 비율이 33%에 달했으며, 신용사면 정책으로 유입되는 저신용 차주 관리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기존 연체 이력이 높은 차주는 향후에도 재연체 가능성이 있다”며 “정책 취지에 따라 카드 발급을 진행하겠지만, 모니터링과 사후 관리 역량 강화 없이는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카드론 중심 고금리 수익 구조는 저신용·저소득 차주에 대한 부실 위험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다중채무자의 카드론 잔액은 1분기 27조8013억원에서 6월 말 27조5433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이는 고금리 대출을 우선 상환하는 구조에 따른 것이며, 상환 능력 개선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카드론 연체율은 2021년 말 1.7%에서 올해 2분기 2.4%로 상승했으며, 다중채무자 연체율은 여전히 7%를 웃돌고 있다. 신규 카드론 차주 중 연소득 2000만원 이하 저소득자 비중도 17%로 높아, 질적 부실 심화 가능성이 경계되는 상황이다.
내실경영·채권매각으로시험대극복
카드사들은 연체율과 부실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채권 매각과 포트폴리오 조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8개 주요 카드사의 대출채권 매매이익은 4038억원으로 전체 순이익(8213억원)의 약 49%를 차지했다. 업계는 연말까지 부실채권 매각 규모가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 수익 확대보다 안정적 경영과 재무 건전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며 “포트폴리오 조정과 채권 매각, 차주 모니터링 등 복합 전략으로 건전성을 확보하면서도, 금융포용 정책과 연계된 카드 발급은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은행 금융안정 보고서도 카드론 중심 부실 위험에 대비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카드사들은 공격적 영업보다는 리스크 관리 중심의 내실경영을 유지하며, 장기적 안정성과 재무 건전성을 최우선 과제로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신용사면이 단순히 신규 회원 증가나 채권 매각 실적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복합적 사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단기 호재와 건전성 부담이 동시에 존재하는 가운데, 내실경영과 금융포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균형 있게 관리하는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신규 차주 유입은 제한적이지만, 금융포용과 차주 신용 회복이라는 정책적 의미 속에서 장기적 기회를 잡을 수 있는지 여부가 카드업계 전략의 핵심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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