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이후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54~56%로, 취임 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시작된 중국인 무비자 입국 조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구금 사건, 한미 관세협상 난항 등 최근 외교 현안들이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7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54%,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35%로 나타났다. 긍정 평가는 직전(9월 23~25일) 조사보다 1%포인트(p) 낮아졌으며, 지난 6월 취임 이후 최저치다. '의견 유보'는 10%였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외교'가 4%p 상승한 1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친중 정책·중국인 무비자 입국'이 3%p 오른 8%, '캄보디아 사태 대처'가 2%로 새로 집계되는 등 외교 관련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경제·민생'은 7%로 같은 수치로 나타났고, '독재·독단'은 4%p 내린 7%를 기록했다. '부동산 정책·대출 규제'는 4%p 상승해 5%였다.
반대로 긍정 평가 이유에서는 '외교'가 한 달 전보다 낮아졌다. 추석 직전인 9월 23~25일 조사에서 '외교'를 꼽은 응답이 9%p 상승한 20%로 1위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5%p 하락한 15%로 '경제·민생'(16%)에 이어 2위로 밀렸다.
갤럽은 "추석 전에는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 내란 재판부 변경 등 여당 주도 사안이 부정 평가 이유로 언급됐지만, 이번에는 외교·중국·부동산 관련 지적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달 29일 시작된 중국인 무비자 입국, 연휴 기간 부각된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구금 사태,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영향으로 보인다"며 "다만 부동산 대책은 조사 후반에 발표돼 향후 반향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3~15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56%로, 직전 조사(10월 1주)보다 1%p 하락했다. 이는 이 대통령 취임 직후 첫 조사(5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9월 1주 62%, 9월 3주 59%, 10월 1주 57% 등으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무비자 입국한 중국인 사건·사고로 여론 악화...국힘 "전면 재검토하라"
이번 지지율 하락에는 '중국인 무비자 입국' 논란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조치는 지난달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시행되는 정책으로, 국내외 전담 여행사를 통해 모집된 3인 이상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비자 없이 최대 15일간 체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무비자로 입국한 중국인들이 잇따라 사건·사고를 일으키면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 14일 제주시에 있는 한 금은방에서 귀금속을 훔쳐 달아난 중국인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달 29일 인천항을 통해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 6명은 무단이탈 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이 가운데 1명은 이민당국에 검거됐으며, 나머지 5명에 대한 추적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들은 이번에 새로 시행된 무비자 정책 대상이 아닌, 기존 '크루즈 관광상륙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제도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정부가 1년간 시범 운영하기로 한 것으로, 크루즈 선사나 여행사가 모집한 3인 이상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비자 없이 최대 3일간 체류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중국인 무비자 입국'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우려했던 일들이 무비자 입국 시행 초기부터 현실화하고 있다"며 "이 대통령은 중국인 무비자 입국 조치를 전면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주진우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의 납치·살해범이 관광객을 가장해 국내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자신이 있나"라며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3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지난해 윤 정부가 추진한 '관광상륙허가제'를 적극 지지했던 당사자인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이제 와서 무비자 입국을 비난하는 것은 명백히 정치적 의도에 따른 입장 번복이자, 외교적 혼란을 의도적으로 조장하려는 악의적 술책"이라며 "국민의힘은 혐오와 거짓으로 외교 참사를 자초하려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시행 초기 부작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무비자 입국 중국인들의 사건에 대해 "지금 그런 방식을 시행한 초기 단계니까 여러 부작용도 있을 수 있겠다"며 "주시해 보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차차 정하겠다. 당장 다른 방식을 취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한미 관세협상·캄보디아 사태에 총력
한편 대통령실은 한미 관세협상과 캄보디아 사태에 대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을 비롯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여한구 산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정부의 핵심 경제부처 수장들이 모두 미국 워싱턴DC에 모여 관세협상 타결을 위해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대통령실은 APEC 정상회의 기간에 양 정상이 만나는 만큼 APEC 전까지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캄보디아 사태와 관련해선 위성락 실장이 지난 15일부터 사흘 연속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대응 현황 브리핑을 이어가고 있다.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이 캄보디아 사태에 무관심했다는 주장에 대해 "오래전부터 대통령은 캄보디아 내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는 등 수 차례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신 바 있다"며 이 대통령이 지난 7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최소한 4회 이상 관련 보고를 받고 지시를 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팀장으로 하는 합동 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해 캄보디아 당국과 협력 중이다. 위 실장은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여 명이 오는 18일 전세기를 통해 국내로 송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이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경찰청에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국가의 한국인 대상 불법 구인광고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이 전했다. 정부는 이날 관계기관이 포함된 합동 TF를 긴급히 구성하고,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 등 포털사업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도 구성해 본격적인 자율 심의체제를 가동했다.
오는 27일부터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2025년 APEC 정상회의' 기간이 이 대통령의 두 번째 외교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지난 8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이후 지지율이 60%까지 회복됐던 만큼, 이번에도 APEC 기간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 입국일인 29일에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30일에는 미중 정상회담, 다음 달 1일에 한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갤럽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 방식(CATI)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응답률은 12.1%다. NBS 조사도 전화 면접으로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응답률은 15.8%였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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