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가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도심의 치안 악화로 인해 '투르고 응급센터' 운영을 영구 중단한다고 17일 밝혔다. 수 주째 이어지는 무장 폭력과 빈번한 총격 위협으로 의료 활동의 근간인 '안전과 중립성'을 더 이상 보장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최후의 조치다.
2021년 마르티상에서 이전해 개소한 투르고 응급센터는 2025년 3월까지 10만 명이 넘는 취약 계층 환자를 치료하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핵심 의료 거점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지난 3월 국경없는의사회를 겨냥한 총격 사건 이후 활동을 잠정 중단했으며, 수차례 보안 강화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결국 재개 불가능이라는 어려운 결론에 도달했다.
장 마르크 비케 국경없는의사회 아이티 현장 책임자는 "수 주 동안 포르토프랭스 중심부 일대에서 무장 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병원 건물이 교전 지역과 가까워 이미 여러 차례 유탄에 맞았다. 이러한 환경에서 의료 활동을 재개하는 것은 환자와 직원 모두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운영 중단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실제 국경없는의사회는 극심한 폭력 상황에 직접 노출되어 왔다. 2025년 3월 15일에는 국경없는의사회 차량이 총격 공격을 받았으며, 2024년 11월 11일에는 구급차가 강탈당하고 직원이 위협받는 가운데 탑승 환자들이 살해당하는 충격적인 사건도 발생했다. 2023년 12월 12일에는 투르고 응급센터 인근에서 구급차에 있던 환자가 강제로 끌려 나와 처형당하는 비극까지 벌어졌다.
비케 책임자는 "운영 중단은 최후의 수단으로 내린 매우 어려운 결정"이라며, "현재 전개하고 있는 타바레 병원, 시테 솔레이 응급센터 등 포르토프랭스와 까르푸 지역에서의 의료 활동을 유지하고 추가 지원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포르토프랭스 도심과 까르푸 지역에서 3월 이후 중단된 의료 활동 재개를 위해 두 지역 간 인도적 통로 개설을 위한 양해각서(MOU) 서명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주의 단체에 대한 안전 보장이 아이티 의료 지원의 필수 조건임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모든 당사자들에게 "의료 및 인도적 활동의 중립성을 존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며, "의료 활동은 폭력으로부터 보호된 환경에서 완전한 중립성을 유지한 채 주민들의 긴급한 의료적 수요에 지속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투르고 응급센터의 영구 폐쇄 결정은 아이티 수도의 치안 상황이 국제 구호 활동마저 철수시킬 만큼 극단적인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한때 206명의 직원이 근무하며 지역 보건의 '생명줄' 역할을 하던 투르고 센터의 폐쇄는 아이티 취약 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치안 불안 속에서도 포르토프랭스 내에서 타바레 병원, 시테 솔레이 응급센터, 프란 멘엠 진료소, 델마스 4, 벨 에어, 바스 벨 에어/라 살린 지역의 1차 의료보건 활동과 더불어, 최근 보건인구부와 협력해 재개한 이자이에 장티 모성 병원을 통해 의료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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