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간질환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신약 '빌베이'가 국내에 출시됐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입센코리아는 17일 PFIC(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 증상 치료제 빌베이의 건강보험 적용과 함께 국내 공급을 시작하며, 이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PFIC는 대부분 소아기에 발병하며, 극심한 가려움증과 성장 장애, 간부전 등을 유발하는 유전성 희귀 질환이다.
오석희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PFIC는 생후 2~3개월에 최종 확정이 되는데 이때부터 엄청 가려워지기 시작한다"며 "세제와 같은 독성 성분이 몸 안에 가득 차면 아이는 가려워서 하루에 1시간 이상 잠들 수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환자와 가족은 수면 부족, 학업 중단, 사회적 고립 등 일상 전반에 걸친 고통을 겪게 되는데 빌베이는 이러한 삶의 질 저하를 완화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준다.
빌베이는 PFIC 증상 치료를 위한 세계 최초의 경구용 치료제다. 기존의 간 이식 등 고위험 치료 외에는 선택지가 없던 환자들에게 비침습적이고 지속가능한 치료 옵션을 제공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지난 2021년 최초 승인된 이후 주요 국가에서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3년 보건복지부의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1호 약제로 선정돼, 아시아 최초로 이달 급여 적용이 이뤄졌다.
서지현 경상국립대병원 교수는 "미국에서 치료제 허가가 됐으니 희귀의약품으로 들여오려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어필을 했었다"며 "약제가 있음에도 15㎏ 아기 한 명에게 1년 6억원 정도 들어 너무 비쌌던 것이 큰 난제"였다고 전했다.
고홍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약 허가부터 관여하며 느낀 것은 패스트트랙으로 하는 시범사업의 취지는 너무 좋지만, 일반 협상 과정만큼이나 지난했다는 것"이라며 "시범사업의 조속한 제도화로 희귀질환 아이들이 빨리 치료제를 만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고 교수는 "희귀난치질환 아이들을 조기 발견·치료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검사의 문턱을 낮춰 접근을 용이하게 해야 하고, 신약 개발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며 "지역 환자 치료를 위한 리소스 배분 역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 교수는 빌베이에 대해 "주사제가 아닌 먹는 것이라 엄마가 아기를 위한 약"이라며 "특히 지역에서도 처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간 이식은 평균 10% 이상의 실패율과 심각한 합병증 위험을 동반하는 어쩔 수 없는 치료법이었는데, 빌베이는 간 이식 없이 환자를 지킬 수 있는 중요한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진향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은 "9번의 시험관 시술을 통해 아이를 얻은 부모가 아기가 PFIC 환자인데 약이 너무 비싸다는 편지를 보내온 적이 있었다"며 "급여의 기준이 까다로워서 치료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 정부는 국립희귀질환센터를 설치해 환자들을 원스톱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입센코리아는 이번 빌제이의 국내 출시를 계기로 희귀 담즙정체성 간질환 분야에서 환자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양미선 입센코리아 대표는 "빌베이 급여 적용은 정부, 의료계, 환우들과 당사의 협력을 통해 신속히 제도권에 진입할 수 있었다"며 "치료제 공급을 넘어 치료 혁신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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