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곽호준 기자 |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강화 여파가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미치고 있다. 유럽 완성차 업계가 이미 비축 물량을 소진하며 공급망 불안에 직면한 가운데 국내 자동차 업계도 모터·자석 등 전동화 핵심 부품 조달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중국 상무부는 희토류 관련 기술의 수출을 대폭 제한하는 새 규정을 확대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희토류 수출통제 역외 적용(12월 1일 시행) ▲수출통제 품목 확대(11월 8일 시행) ▲기술 수출 제한(10월 9일 시행) 등을 포함한다. 수출 금지가 아닌 ‘허가제’ 방식이지만 허가 심사 기간이 최장 45영업일에 달해 실질적인 공급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희토류는 전기차 구동모터와 반도체, 센서 등 첨단 자동차 산업 전반에 필수 자원이다. 특히 네오디뮴·디스프로슘·프라세오디뮴 등은 전기차 모터용 영구자석의 자속 유지력에 직접 관여해 소량만 부족해도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유럽 완성차 업계는 이미 공급망 차질을 겪고 있다. 17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강화로 독일과 유럽 전역의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번 조치가 배터리와 반도체 산업뿐 아니라 전기차 등 핵심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에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베르토 바바소리 이탈리아 자동차부품산업협회(ANFIA) 회장도 "지난 여름까지는 재고분으로 버텼지만, 현재 희토류 비축량이 고갈 위기에 놓였다"며 "추가 조달이 지연되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국내 업계는 업종별로 희토류 확보 여력의 격차가 뚜렷하다. 현대차는 과거 희토류 수급 불안 이후 재고 확보에 나서 비축을 확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현대차는 약 1년치의 희토류 재고를 확보해 당분간 공급 차질 우려가 크지 않다고 전했다.
반면 일부 부품업계는 완성차 업계에 비해 재고 여력이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허가제 시행 이후 통관이 지연될 경우 내년 초부터 조달 압박이 가중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부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허가제 도입 이후 통관이 지연될 경우 내년 초부터 수급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정부는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민관 합동 희토류 공급망 대응회의’를 열고 '희토류 공급망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중국과의 협의를 위한 ‘공급망 핫라인’과 ‘한중 수출통제 대화’도 병행한다. 산업부는 기업들의 애로 접수와 비상조치를 지원하기 위해 ‘희토류 수급대응 지원센터’를 가동할 방침이다.
다만 업계는 정부의 대응이 중장기 전략에 치중돼 현실적인 단기 조달 리스크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허가 지연만 몇 주 늘어나도 납품 일정이 꼬일 수 있다"며 "중국과의 협의 외에 단기 대체선 확보나 재활용 기술 투자 같은 실질적인 추가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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