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신사업 일환으로 야심차게 추진해온 이차전지 사업이 난관에 봉착했다. 포스코퓨처엠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합작 설립한 양극재 생산법인 '얼티엄캠(Ultium CAM)'의 캐나다 베캉쿠르(Bécancour) 공장 2단계 증설 계획이 무기한 중단됐기 때문이다. 해당 공장이 북미 이차전지 시장 공략의 핵심 거점이었던 만큼 장 회장이 주도하는 이차전지 전략 전반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7일 이차전지 업계에 따르면 얼티엄캠의 베캉쿠르 공장 2단계 증설 계획이 최근 전면 보류됐다. 크리스틴 프레셰트(Christine Fréchette) 퀘벡주 경제부 장관은 "얼티엄캠 베캉쿠르 2단계 증설 프로젝트가 당분간 보류됐다"며 "1단계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 중이며 가까운 시일 내에 증설 계획이 재개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얼티엄캠은 2022년 5월 포스코퓨처엠이 북미 시장 진출을 목표로 GM과 합작 설립한 법인이다. 지분 구조는 포스코퓨처엠 85%, GM 15%다. 베캉쿠르 공장 건설 은2개 단계로 구분돼 있으며 총 투자금액은 약 13억7500만캐나다달러(약 1조7000억원)에 달한다. 1단계 계획에는 6억캐나다달러(약 6100억원)가 투입돼 리튬이온 배터리용 양극재 생산설비를 구축 중이다. 포스코퓨처엠은 1단계 사업을 위해 3534억원을 투입했다. 1단계에서는 양극재 3만톤(t)을 생산해 북미 완성차 업체에 공급할 예정이다.
무기한 연기에 들어간 공장 2단계 계획은 니켈황산염과 전구체(PCAM) 생산라인을 추가로 신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투자 규모는 7억7500만캐나다달러(약 1조1000억원)로 완공 후 전구체 연간 4만5000톤(t)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이번 중단으로 전체 공급망 계획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장 회장은 취임 이후 신사업에 그룹 차원의 총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이차전지소재 분야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규정하고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를 강행했다. 장 회장은 지난해 취임 당시 2030년까지 이차전지소재 부문에 그룹 차원에서 27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올해 5월에는 배터리소재 계열사들 재무 구조 안정을 위해 922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직접 참여했다. 당시 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퓨처엠,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의 유상증자에 각각 5256억원, 3280억원, 690억원을 출자했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은 포스코홀딩스(지분 82%)와 호주 필바라미네랄즈(지분 18%)가 공동 설립한 리튬 광석 원료 공급사며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는 포스코홀딩스(51%)와 GS에너지(49%)가 합작한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기업이다.
이번에 2단계 증설이 무기한 연기된 캐나다 베캉쿠르 공장은 장 회장이 올해 4월 직접 방문했을 정도로 포스코그룹 이차전지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평가되는 곳이다. 공장 투자 일정이 무기한 연기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장 회장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현지 산업계 역시 긴장감을 보이고 있다. 베캉쿠르 공장에 니켈을 공급할 예정이던 파트너사 발레(Vale)는 증설 연기 소식에 공장 인근에 추진 중이던 황산니켈 생산시설 건설 계획을 철회했다.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해외 신사업의 인프라 구축은 전체 밸류체인의 기반이 되는 만큼 일정이 지연되면 연쇄적으로 모든 계획이 뒤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장 회장 투자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업황 침체가 예상된 상황에서 과도한 투자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한 소액주주는 "철강 본업과 이차전지 신사업 모두 부진한 가운데 투자를 보다 보수적으로 진행했어야 했다"며 "결과적으로 전통사업과 신사업 두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셈이 됐다"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의 실적 부진도 소액주주들의 원성을 높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포스코홀딩스의 이차전지소재 부문 매출은 1조6935억원, 영업손실은 241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약 2조1031억원)은 19.47% 감소했고, 영업손실(약 210억원) 규모는 1051% 급증했다. 주가 역시 장 회장 취임 전 40만원대에서 17일 기준 29만4500원으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베캉쿠르 공장 2단계 중단을 포스코그룹의 '투자 속도조절 신호'로 분석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차전지를 포함한 친환경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포스코홀딩스는 향후 투자 방향을 보다 정교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시장 성장세 둔화에 따라 합작 파트너와 협의해 얼티엄캠 2단계 증설 일정을 전략적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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