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미래에셋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 소송에서 보험사 손을 들어줬다. 소비자들이 제기한 소송이 1·2심에서 잇따라 승소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17일 대법원은 즉시연금 가입자 2명이 미래에셋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미지급 연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2심에서 보험사의 설명 의무 위반을 인정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던 부분을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적립액 공제 방식이 명시적으로 설명되지 않아 계약 내용에서 제외된다고 하더라도, 약관의 다른 부분과 가입 설계서를 종합적으로 해석하면 연금액은 현행 계산 방식이 맞다"고 판시했다. 사실상 보험사의 약관 해석과 지급 구조를 인정한 셈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은 즉각 반발했다. 금소연은 "소비자들은 평생 모은 노후자금과 퇴직금을 믿고 납입했는데,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만든 약관에 책임이 없다는 것은 부당하다"며 "보험사가 마음대로 약관을 해석해도 면책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약관상 '연금 월액은 공시이율을 적용해 계산한다'는 문구가 유일한데, 대법원이 이를 계산방식으로 보지 않은 것은 소비자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1심(2020년 11월)은 "상품 약관에 사업비·위험보험료 공제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설명하지 않았다"며 소비자 전액 승소 판결을 내렸다.
2심도 "보험사가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원심을 유지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파기했다.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목돈을 한 번에 보험료로 납입하면, 보험사가 이를 운용해 수익 일부를 매달 연금으로 지급하고 사망 시 원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이번 분쟁은 2017년 가입자들이 '보험사가 연금을 덜 지급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보험금 지급을 권고했지만, 보험사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아 소송전으로 번졌다.
현재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규모는 총 8000억~1조원, 가입자는 약 16만명으로 추산된다.
회사별 규모는 ▲삼성생명 4300억원 ▲한화생명 850억원 ▲교보생명 700억원 ▲KB생명 391억원 ▲동양생명 209억원 ▲미래에셋생명 200억원 ▲KDB생명 249억원 ▲흥국생명 85억원 순이다.
금소연은 대법원 판결 이후 ▲즉시연금 판매 관행 전수조사 ▲소비자 피해 실태 공개 ▲설명의무 위반 시 손해배상 강화법 제정 ▲자율적 보상 방안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금소연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다른 보험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입법적 보완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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