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사상 첫 코스피 3700선 돌파에 성공하며 '사천피(코스피 4000)'를 향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지역은행 부실 우려와 한미 관세 협상 불확실성 등 대외 리스크가 시장의 상승세를 제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91.09포인트(2.49%) 오른 3748.37에 마감, 처음으로 3700선을 돌파했다. 한미 무역 협상 타결 기대와 대만 TSMC의 3분기 호실적 발표가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
특히 삼성전자(2.84%)가 9만77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고, SK하이닉스(7.10%) 역시 강세를 이어갔다. 현대차(8.28%), 기아(7.23%) 등 자동차주도 동반 급등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6530억원을 순매수하며 3거래일 연속 '사자' 기조를 유지했다.
한편, 간밤 뉴욕증시는 상승 출발했으나 지역은행 부실 대출 문제가 불거지며 일제히 하락 전환했다. 자이언스 뱅코프가 자회사인 캘리포니아 뱅크앤드트러스트의 5000만달러 대출을 손실 처리했다고 밝히면서,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이에 따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65% 하락, S&P500은 0.63%, 나스닥은 0.47% 각각 내렸다. 다만 엔비디아(1.10%), 마이크론테크놀로지(5.52%) 등이 오르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0.49% 상승, 낙폭을 다소 제한했다.
국내 증시는 이날 반도체주 강세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또한 한미 무역 협상 불확실성이 증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시간 이날 새벽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회동해 미국의 3500억달러(약 500조원) '선불 투자' 요구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여기에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이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음에도 상원 임시예산안이 부결되며 셧다운 장기화 우려가 커진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단숨에 3700선을 돌파한 만큼, 차익 실현 욕구와 미국 지방은행 리스크가 맞물리며 단기 조정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AI 관련 반도체 강세와 외국인 순매수세가 유지될 경우 중기적으로는 '사천피' 도전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TSMC·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 업황 호조와 한미 통상 불확실성 해소 여부가 향후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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