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단순한 명령 수행을 넘어 '비서'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AI는 이제 인간의 판단과 감각이 요구되던 영역에 침투해 '지능형 파트너'로 진화 중이다. <비즈니스플러스> 는 'AI 금융 대전환' 기획을 통해 금융의 최전선에서 작동하는 AI 비서들의 경쟁과 한계를 짚고, 기술이 바꿔놓을 금융의 미래를 진단한다. [편집자주]
올해 들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AI(인공지능) 에이전트 중심의 디지털 전환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등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접목한 전담 조직과 플랫폼을 잇달아 내놓으며 투자 자문·운용·상담 등 전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5월 '마켓AI플랫폼팀'을 신설해 금융업무 특화형 AI 에이전트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 AI가 시장 데이터를 분석해 시의적절한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계약서나 내부 전산 입력을 자동화하는 'AI 문서분석 서비스', 'AIOps 플랫폼' 등을 이미 구축했다. 파이썬 코드를 지원하는 '코드 어시스턴트', 자체 LLM 기반 고객상담 요약 시스템도 병행하며 AI를 전사 업무에 내재화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8월 미국 스타트업 프로젝트 플루토와 손잡고 AI 투자 에이전트 '터미널 엑스'를 선보였다. 월가 수준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적, 목표주가, 리스크 요인 등을 종합 제시하며 "테슬라 추가 매수 시점은?", "팔란티어 주가 적정성은?"과 같은 실제 투자자의 질문에도 즉답형 분석을 내놓는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내에서 간편 주문까지 연계돼 투자자의 의사결정 효율성을 높였다.
키움증권은 지난 3월 생성형 AI 챗봇 '키우Me'를 출시했다. 이용자는 챗봇 형태로 ETF·펀드·채권 등 200여 종의 금융상품 정보를 조회하고 대화형으로 투자상품 매매까지 가능하다. 개인화 넛지 기능을 통해 초보 투자자도 자연스럽게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대신증권은 최근 MTS 전면 개편을 통해 AI 상담 서비스 '벤자민'을 선보였다. 머신러닝 기반으로 투자성향을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며 음성 상담과 계좌 진단 기능을 포함한다. 대신자산운용은 AI가 시장 데이터를 분석해 자산배분 전략을 제시하는 '디딤 올라운드 자산배분 펀드'를 운용 중이며 출시 1년 만에 동종 펀드 중 누적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0대 증권사의 무형자산 투자액은 1조3229억원, 이 중 AI·소프트웨어 관련 투자는 4877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이 4759억원(점유율 36%)으로 업계 1위, 이어 KB증권 2385억원, 삼성증권 1181억원, 하나증권 1116억원 순이다. NH투자증권은 583억원으로 163.8% 급증해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의 망분리 규제 완화로 AI 활용이 전면 허용되면서 각 증권사가 'AI 전환'을 차세대 핵심 경쟁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Copyright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