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치과에도 10여 개의 전문적인 영역이 있다고 소개해 드렸습니다. 소아치과, 구강외과, 구강내과, 보존과(신경치료과), 치주과, 교정과, 보철과, 구강방사선과, 예방치과, 통합진료과를 설명해 드렸지요.
이번부터 각 과에 이루어지는 진료에 관해서 설명해 드려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합니다.
* 치아의 해부학적 구조, 치아의 또 다른 세상
치아는 단단한 법랑질(enamel)로 덮인 외부층, 그 밑의 상아질(dentin), 그리고 중심부의 신경과 혈관이 모여 있는 치수(pulp)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치수는 치아의 ‘심장’이라 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성장기에는 치아에 영양을 공급하여 조직을 형성해 주며, 외부 자극을 감지해 온도, 접촉 등의 신호를 뇌로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상아질과 법랑질이 주위를 단단하게 벽처럼 둘러싸고 있어 치수에 염증이 생겨 부풀면 압력이 올라가고 눌려서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 신경치료, 나의 치아를 살려주는 고마운 술식
치과에서 “신경치료를 해야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의 환자는 순간 긴장합니다. 통증, 그리고 그에 따른 두려움이 밀려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경치료는 결코 생각처럼 끔찍한 치료법이 아니라 그 치료를 하지 않으면 뽑을 수밖에 없는 치아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치료 단계이자, 세밀한 손길과 과학이 어우러진 정교한 술식입니다.
치아 속의 구조를 이해하면 왜 신경치료가 필요한지, 그리고 실제로 어떤 과정을 통해서 통증이 사라지고 신경치료가 완성되는지를 훨씬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 신경치료를 하게 되는 이유
신경치료를 하게 되는 원인은 치수(pulp)에 염증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 원인은 대부분 깊게 진행된 치아우식증이나 외상에 따른 치아의 파절, 또는 치수의 괴사(necrosis), 그리고 치주(잇몸)질환이 너무 심해져서 거꾸로 치수까지 퍼진 경우입니다.
충치가 깊어지면 세균이 상아질을 통과해 치수까지 도달하고, 결국 치수 조직이 감염되어 염증이 생기게 됩니다. 외상으로 인해 치아가 깨지면 치아우식증과 마찬가지의 이유로 치수에의 세균감염으로 염증이 생길 수 있고, 깨지지 않고 충격을 받은 경우에도 치아에 공급되는 모세혈관이 파열되어 치수가 고인 물처럼 부패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를 방치하면 압력에 의해 통증은 점점 심해지고, 심하면 이 뿌리 밖으로 염증이 퍼져서 얼굴까지 붓는 상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치아를 뽑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신경치료는 바로 그런 상황을 막아주고, 가능한 치아를 살려 유지하려는 술식인 것입니다.
* ‘신경치료’보다 정확한 이름, 근관치료(root canal therapy)
‘신경치료’라는 표현은 일상적으로 쓰이지만, 실제 의학적인 명칭은 ‘근관치료(root canal therapy)’입니다. ‘근관(root canal)’이란 치아 뿌리 속에 있는 아주 가느다란 미세한 관을 뜻합니다.
이 안에 모세혈관, 신경 줄기가 함께 들어있고, 그것을 합쳐서 우리는 치수(신경)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경치료는 이 근관 안의 감염된 신경조직을 제거하고, 그 통로를 깨끗하게 세척·소독한 뒤, 비어 있는 관 안에 재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특수 재료로 밀봉하게 됩니다.
이 치료는 신체의 다른 부위를 치료해서 치유되는 개념과는 다릅니다. 예를 들어 신체의 다른 부위가 찢어져서 외과에 가서 꿰매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살이 차 올라와서 다치기 전으로 되돌아가게 되는데, 치수는 한 번 손상되면 다시 회복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신경치료는 ‘치수를 살리는 치료’가 아니라 ‘치아를 살리기 위해 시행하는 치수 제거 치료’라고 해야 맞습니다. 감염된 신경을 없앰으로써 통증을 없애고, 치아 자체를 가능한 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 정교한 기술과 장비의 세계
신경치료는 단순히 ‘신경을 빼는’ 치료가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미세한 근관 내부를 탐색하고, 감염된 조직을 완전히 제거해야 하므로 아주 세심한 기술과 장비가 필요합니다.
고속 드릴로 치아 윗부분으로부터 근관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든 후 근관 파일(file)이라는 미세한 금속 기구로 신경관 내부의 감염된 치수를 빼내고, 세척액(irrigant)으로 감염균을 씻어냅니다.
근관의 형태가 사람마다 달라서 어떤 경우는 여러 번 휘어지고 개수도 다양하므로 확대경(루페)이나 치과용 현미경(microscope)을 사용하여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세부 구조까지 정밀하게 시술합니다.
마지막으로 소독이 완료되면, 충전재를 이용해 치수가 제거되어 비어 있는 근관을 밀봉하고, 이후에는 그 위를 치아가 파절되지 않도록 크라운 등으로 치아를 보호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보통 여러 번의 내원이 필요합니다.
* 두려움을 넘어, 지식과 이해로
많은 분께서 “신경치료는 아프다”라는 선입견을 품고 두려워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현대의 치과 장비와 마취 기술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습니다. 대부분의 신경치료는 통증 없이, 정밀하고 안전하게 진행됩니다. 오히려 치료를 미루다 보면 세균이 뼛속까지 퍼져 심한 통증과 부종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근관치료(신경치료)는 치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현대 치의학의 세밀한 예술입니다. 작은 치아 하나를 살리기 위해 현미경의 시야 아래에서 미세한 수많은 도구가 사용되고, 그 정교한 과정에 치과의사의 손길과 정성이 실리게 됩니다.
신경치료는 결코 무서운 치료가 아닙니다. 우리 몸의 일부인 치아를 가능한 한 오래 보존하기 위한, 현대 치의학의 세밀한 배려입니다. 이해와 정확한 지식이 두려움을 이길 때 치료는 훨씬 편안해집니다.
정확히 알고 치료받는 것, 그것이 치아를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이제는 ‘신경을 없앰’으로써 ‘치아를 살리는’ 고마운 ‘신경치료’를 더 이상 무서워하지 말고 친근한 이웃처럼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성경제신문 전승준 (소아치과)치과의사 pedoju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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