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김동민 기자] 교외 간선도로나 고속도로에서는 껍데기만 남은 이동식 과속 단속카메라 박스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일부 도심에도 나타나기도 한다. 운전자들은 불편을 토로하지만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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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82.5%가 빈 껍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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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10월, 당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이동식 과속 단속카메라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카메라 박스는 2,959개였지만 이 중 실제 카메라가 장착된 것은 517대였다.
비율로 보면 17.5%만 실제로 작동했다. 바꿔 말하면 길가에 있는 카메라 박스 5대 중 4대 이상이 빈 껍데기라는 의미다. 지역별로는 전라남도가 257개 중 38개로 14.7%였고 경상북도는 464개 중 52개로 더 낮은 11.2%였다.
경찰은 고가 단속 카메라 대신 저비용 단속함을 여러 대 설치하고 장비를 번갈아 가며 옮겨 사용하는 방식으로 효율을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이동식 운영’은 예산 절감과 단속 효율 측면에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함정 단속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실제 카메라가 없는 단속함이 늘어나면서 일부 운전자는 “세금 낭비 아니냐”라고 불만을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을 통한 단속 효과는 상당히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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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자극, 오히려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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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정보에 따르면 경찰은 예산과 장비 수량 한계를 고려해 일정 수량만 실제 장비를 탑재하고 나머지는 빈 박스로 운영한다. 이후 실제 장비를 주기적으로 이동시키며 언제 어떤 구간이 단속 중인지 알 수 없게 운영한다.
이 같은 방식은 운전자 예측 심리를 차단해 자연스럽게 감속을 유도하는 효과를 낸다. 실제 단속 여부를 알 수 없으므로 대부분 운전자는 긴장감을 유지하며 주행 속도를 낮춘다. 경찰로서는 이것을 노린 셈이다.
즉 비어 있는 박스로 실질적인 단속 효과를 내는 행정 심리전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일부 구간에서는 더미 카메라만으로도 평균 통행 속도가 10%에서 15%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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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에도 ‘구관이 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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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효과와는 별개로 이 같은 방식이 운영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한 대당 수천만 원에 달하는 장비 가격과 유지관리 비용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또한 매일 관리가 이뤄지는 것이 아닌 만큼 도난 우려도 존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 단속 카메라가 늘고 있다. 이동식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데이터 전송과 자동 판독이 가능해 운영 효율을 높이고 오작동을 줄인다.
이에 따라 껍데기만 있는 박스 비율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더미 카메라도 여전히 단속 심리를 자극하는 유용한 도구”라며 “현실적인 예산과 인력 여건을 고려하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동민 기자 kdm@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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