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정부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놓고 마지막 협상에 들어갔다. 두 달 넘게 이어진 양국 간 통상·투자 논의가 이번 장관급 회동을 계기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협상 결과는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맞물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시 최종 무역협정 체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정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상무부 청사를 찾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만났다. 이 자리에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함께했다.
이번 만남은 양국 간 최대 쟁점이었던 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의 구체적 내용을 조율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과 미국 양측 모두 구조와 조건을 두고 이견이 있었지만, 이번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용범 실장은 미국 도착 직후 "이전과 비교할 때 가장 진지하고 건설적인 분위기에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국익에 보탬이 되도록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과 김 실장은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백악관 업무시설인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러셀 보트 예산관리국(OMB) 국장과 50분 동안 면담했다. 이 자리에선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의 구체적인 추진 방안이 논의됐다.
'마스가'는 지난해 7월 한국과 미국이 큰 틀의 무역협상을 타결하면서 등장한, 한국이 주도하는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다. 미국의 조선업 경쟁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한국의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활용해 미국 내 조선업을 되살리자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슬로건 'MAGA'를 변형해, 조선과 결합한 프로젝트 이름이다.
김 장관은 면담 후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할지 논의했다"고 밝혔다. 김용범 실장 역시 "OMB가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은 부처는 아니지만, 양국 조선산업 협력의 의미와 미국 측 입장을 나누는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날 미국을 찾아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만나 지원에 나섰다. 구 부총리는 투자 선불 요구가 한국 외환시장 안정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고, 대통령 설득과 협상 수용도 아직 불확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협상에는 장관급 인사 4명이 동시 미국을 방문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이처럼 집중적으로 움직이는 데는 한미 간 최종 타결을 위해 실무와 정책을 한꺼번에 준비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막판 협상 결과는 투자 규모나 조건을 넘어서, 한미 무역협정 체결과 앞으로 조선산업 협력의 큰 틀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성사된다면 한미 전략적 협력의 상징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내비쳤다.
한국 정부는 투자 패키지와 조선업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최근 불거진 중국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제재 문제 등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다각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협상 결과는 곧바로 국내외 산업계와 금융시장에도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장관급 회동, OMB 면담, 각료 동시 방문까지, 정부가 거는 협상 총력전은 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와 조선산업 협력의 결실을 결정짓는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투자 확대와 전략적 산업 협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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