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며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산업 혁신 동력을 책임지는 중견·중소·스타트업·벤처기업은 한국 산업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국내 산업 혁신 지표를 형성하고 경제 역동성 엔진 역할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리스크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 콘텐츠 기업 덱스터스튜디오는 기술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 성장의 핵심 동력은 최고 수준의 전문 인력이다.
약 200명의 VFX(시각 효과) 아티스트를 포함한 총 330여명의 대규모 전문 인력은 덱스터가 아시아 최대 규모 복합 콘텐츠 스튜디오로서 복잡하고 까다로운 글로벌 프로젝트를 동시에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이런 인적 자원 기반 위에 덱스터는 '창의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기업 문화를 정립했다.
기술과 AI가 빠르게 발전하고 콘텐츠 제작 효율성이 강조되는 시대일수록 독창적이고 섬세한 예술적 해석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덱스터는 기술을 통해 인재의 창의성을 증폭시키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최고 수준의 아티스트들이 안정적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런 경영철학은 덱스터스튜디오가 단순 외주 제작사가 아닌 기술과 예술의 결합을 추구하는 '프리미엄 파트너'로 포지셔닝하는 데 결정적인 비재무적 자산이 되고 있다.
덱스터스튜디오의 재무적 안정성은 해외 수주 다각화를 통해 강화되고 있다.
덱스터는 과거 중국 영화 시장의 대규모 수주를 통해 기술력과 자본 기반을 다졌으나 최근에는 특정 국가의 문화적 변동성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올해 7월 공시된 일본 EPISCOPE와의 대규모 VFX 제작 계약이다. 계약 규모는 58.3억원으로 최근 매출액인 536.9억원 대비 10.86%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한다. 계약 기간이 2027년 1월까지 1년 6개월간 이어짐에 따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매출 기반인 '백로그(Backlog)'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아마존 MGM 스튜디오의 ‘버터플라이’와 같은 할리우드 버추얼 프로덕션(VP) 프로젝트 참여는 고마진이 기대되는 선진 시장으로의 성공적인 진출을 보여주며 글로벌 콘텐츠 제작 파이프라인에서 덱스터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이런 수주처 다각화는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성장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덱스터스튜디오는 영화 및 드라마 외주 서비스 프로젝트 기반 수익 구조를 벗어나 안정적 현금 흐름을 창출할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의 확장도 모색하고 있다. 그 핵심이 바로 최근 공식 출범한 미디어 아트 전시 사업 브랜드 '플래시백그라운드'다.
이 신규 사업은 덱스터의 고도화된 영상 기술과 자회사 라이브톤의 사운드 기술을 결합하는 '테크놀로지 투 비즈니스(T2B) 모델'을 구현한다. 덱스터는 공간 및 콘텐츠 기획, 제작부터 사업 운영까지 전 영역을 담당하며 경주의 역사·문화 자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첫 번째 미디어 아트 뮤지엄 '계림' 오픈을 앞두고 있다.
이는 VFX 기술을 영화관이 아닌 공간 콘텐츠(Exhibition Content) 사업으로 확장해 티켓, MD, F&B 등 비교적 변동성이 낮은 B2C 기반 수익원을 창출하려는 전략이다. 이런 다각화를 통해 덱스터가 기술 외주 서비스 제공자에서 기술 자산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복합 콘텐츠 그룹'으로 진화하려는 전략적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글로벌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덱스터스튜디오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리스크와 과제들이 놓여있다.
우선 할리우드 거대 스튜디오와의 자본 및 규모 격차다. 덱스터는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지만 수천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하고 압도적 자본력을 갖춘 할리우드 거대 CG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하고 기술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체 연구개발(R&D)에 대규모 투자가 지속돼야 한다. 이런 대규모 투자는 단기적으로 덱스터의 재무 건전성 및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자본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경영 능력이 요구된다.
자체 IP(지식재산권) 확보도 필요하다. 현재 덱스터의 매출 구조는 영화나 드라마 제작사에 대한 VFX 외주 서비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외주 서비스는 마진율이 낮고 프로젝트 수주 변동성에 취약한 '서비스 함정(Service Trap)'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체 IP를 확보해 기술력(VFX, VP)을 IP 제작에 직접 활용하고 부가 수익을 극대화하는 수직적 통합을 완성해야 한다. 자체 IP 기획 및 제작 자회사인 덱스터픽처스 등을 통해 블록버스터급 성공 사례를 창출하는 것이 덱스터의 기업 가치를 비약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는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또한 버추얼 프로덕션 시장의 경쟁 심화도 덱스트에겐 부담이다. 덱스터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할리우드 ICVFX(인카메라 VFX) 레퍼런스를 확보하며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버추얼 프로덕션 시장은 전 세계적인 관심 증가로 인해 경쟁이 빠르게 심화되고 있다. 경쟁사들이 유사한 LED 스테이지 및 렌더링 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하면 기술의 보편화(Commoditization)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덱스터는 R&D를 통해 개발한 80여개의 맞춤형 툴과 AI 기술을 끊임없이 결합해 단순 스튜디오 임대를 넘어 압도적인 기술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경쟁 격차를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코스닥 상장 기업이자 글로벌 콘텐츠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서 덱스터스튜디오는 ESG 경영 강화에 대해서도 신경써야 한다.
환경(E) 측면에서 고도화된 VFX 작업을 위한 고성능 렌더링 서버 및 데이터 센터 운용은 막대한 전력 소비를 수반한다. 덱스터는 친환경 에너지 사용 및 에너지 효율화 기술 도입을 통해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사회(S) 측면에서는 330여명의 창의 인력을 보호하고 장시간 노동 문제가 고질적인 영화 산업 특성상 아티스트들의 창의성을 보장하는 선진적인 근무 환경과 복지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배구조(G) 측면에서는 창업자 중심의 경영 구조를 투명하고 독립적인 이사회 중심으로 발전시켜 글로벌 스튜디오에 걸맞은 수준의 경영 투명성과 안정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사업 확장과 더불어 경쟁 심화, ESG 경영까지 덱스터스튜디오가 안고 있는 과제는 만만치 않다. 이는 반대로 덱스터가 그만큼 세계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고 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무대에서 명성을 높이는 만큼 비재무적 책임도 함께 강화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담보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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