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백해룡 경정과 임은정 동부지검장이 세관 마약밀수 연루 의혹 수사를 놓고 큰 간극을 보이면서 관련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이 이번 수사를 통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백 경정은 16일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팀에 처음 출근하면서 현 수사팀을 ‘불법단체’라 비판하면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합수팀은 구성과 과정이 위법하다”라며 “공직자로서의 신념이 흔들린다”라며 명예 퇴직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어 임 지검장에 대해 “소통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백 경정은 본인의 SNS에서 자신의 인사발령에 대해 “아무런 협의 없는 폭거”라며 “영장청구권이 없는 손발을 모두 묶는 국면이 됐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수사하려는 사람을 선별할 수 있는 권한과 최소한의 인원(25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12일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합동수사팀에 백 경정을 파견하면서 필요할 시 임 지검장이 직접 수사 검사를 추가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동부지검에 설치된 검경 합수팀의 수사와 관련해 더욱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실체적 진실을 철저히 밝히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독자적으로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동부지검은 14일 입장문을 내고 백 경정이 합동수사팀에서 별도의 수사팀을 구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임 지검장은 14일 본인의 SNS에 “색안경을 끼고 합수팀을 지켜봤다가 그간의 수사 상황을 확인하고 처음의 오해가 많이 미안했다”라며 “거대한 의혹의 산더미를 묵묵히 파헤치는 합수팀원들이 존경스럽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세관 마약밀수 연루의혹 합수팀은 6월 출범한 이후 15일 현재 마약밀수범 16명, 직권남용 피의자 6건을 입건하고 28개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과 피의자 및 참고인 휴대전화(총 42대)의 통화내역을 분석하는 성과를 거뒀다.
동부지검은 같은 날 “동부지검 합수팀은 모든 수사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엄격히 준수해 수사를 하고 있다”라며 “합수팀을 구성하며 백 경정과 함께 의혹을 수사한 영등포서 수사팀을 배치해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최대한 담보하고자 했다”고 반박했다. 백 경정에 대해서는 “별개의 수사팀으로 구성해 보이스피싱 범죄 합수단과 같이 능동적인 수사가 가능하게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백 경정과 동부지검이 충돌하는 지점 중 하나는 수사외압 및 은폐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백 경정의 포함 여부다. 동부지검은 “백 경정 본인이 고발한 사건을 ‘셀프수사’ 하도록 하는 것은 수사의 공정성 논란을 야기하는 등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백 경정이 고발인 또는 피해자가 아닌 사건의 수사를 맡기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백 경정은 한 유튜브 방송에서 출연해 “(임 지검장이)나를 곤궁에 빠트리는 이유를 모르겠다. 모욕하지 말았으면 한다”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임 지검장과 백 경정 간의 틈은 지난 7월 17일에도 드러난 바 있다. 백 경정은 당시 임 지검장의 초정으로 면담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합수팀 수사에 협조하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며 “합수팀이 수사하면 진행과정이 잠겨서 국민이 내용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설특검이나 별도의 수사팀이 필요하다며 검찰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 왔다.
그러나 임 지검장은 “일반 형사사건은 피의사실 공표가 위법이어서 수사상황 유출은 비정상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수사보안이 어찌나 철저하게 지켜졌는지 심지어 일을 안 한다는 억측이 돌았다”라며 현 상황에 대해 백 경정과 엇갈린 시각을 나타냈다.
정치권에서는 백 경정의 요구에 무리가 있으며 합수팀 수사를 더 지켜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법사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세관 마약수사는 현재 특검과는 상황이 다르다. 이제 합수팀이 꾸려졌으니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며 “이 사건과 관련해 특검을 도입하자는 논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사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동부지검에 힘을 실어 합수팀을 만들었는데 이를 무시하고 따로 팀을 만들 리는 없다”라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이 임 검사장을 동부지검으로 승진 발령한 배경에도 해당 수사를 책임지라는 의미가 담겼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백 경정이 기본적으로 검찰을 불신해서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합수팀이 사건 은폐 의혹과 무관한지 다시 살펴볼 필요는 있다”라며 “검찰 내 카르텔이 심하다보니 이를 불식시키는 의지를 보여줘야 수사 결과에 신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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