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기업 엑시옴스페이스(Axiom Space)가 반년도 지나지 않아 최고경영자(CEO)를 다시 교체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엑시옴스페이스는 보령이 650억원 이상을 투자한 기업으로 지난 1년간 CEO가 무려 두 차례 바뀌면서 경영 불확실성과 함께 주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엑시옴 스페이스는 조나단 서턴(Jonathan Cirtain)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엑시옴 스페이스는 상업용 우주정거장과 우주 연구·제조 인프라 개발 사업을 전개하는 비상장 기업이다. 서튼 CEO는 나사(NASA) 마셜 우주비행센터 천체물리학자 출신인 기술 기반 경영자다.
엑시옴스페이스 측은 이번 인사를 두고 우주 인프라 개발 진전을 위한 전략적인 리더십 교체라고 설명했다. 엑시옴 스페이스 관계자는 "조나단 서턴의 리더십과 전문성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며 "그는 글로벌 우주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서 엑시옴 스페이스에 적합한 인물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선 지나치게 잦은 경영진 교체를 불안 요인으로 보고 있다. 전임 CEO인 테즈폴 바티아(Tejpaul Bhatia)는 올해 4월 25일 취임했으나 6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8월 임시 CEO를 맡았던 캄 가파리안(Kam Ghaffarian) 역시 1년을 채우지 못했다.
경영진뿐 아니라 주요 임원들의 교체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마이크 룬가리엘로(Mike Lungariello) 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시작으로 잭 켈리(Jack Kelly) 최고법률책임자(CLO), 렉스 윌하임(Rex Walheim) 최고안전책임자(CSO) 등 핵심 인사들이 회사를 떠났다. 2023년에도 CFO, CSO, 조달 및 마케팅 총괄 등 핵심 보직자 다수가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에서는 잦은 리더십 교체를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한다. 경영진 교체가 잦으면 장기 전략의 일관성이 훼손됨과 동시에 내부 사기가 저하돼 인력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외부 투자자 입장에서도 빈번한 인사 교체는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엑시옴 스페이스 내부에서도 경영 혼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엑시옴스페이스 한 직원은 "경영진 중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춘 인물을 찾기 어렵다"며 "CEO와 임원진이 계속 바뀌면서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전했다. 이어 "우주사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지만 경영진이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인재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령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도 우주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김 대표는 2022년 엑시옴 스페이스에 5000만달러(약 650억원), 2023년 1000만달러(약 141억원)를 투자했다. 이를 통해 보령은 엑시옴 스페이스 주식 29만5980주를 취득했다. 지난해에는 엑시옴 스페이스와 합작해 국내 법인 '브랙스스페이스(BRAX Space)'를 설립했다. 김 대표는 '보령제약'에서 '보령'으로 사명을 바꾸면서까지 우주사업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투자사의 불안정한 리더십이 이어지자 보령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우주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 소액주주는 "안정적으로 성장하던 제약사업을 두고 우주산업에 뛰어든 것이 의문이다"며 "지금 엑시옴 스페이스 상태를 보면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보령이 본업인 제약에 다시 집중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보령의 실적 또한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49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63억원으로 0.5% 감소했다. 사실상 성장 정체 상태다. 주가 역시 하락세다. 2022년 1월 보령이 우주산업을 선언하기 전 1만4000원대였던 보령 주가는 16일 기준 8390원까지 하락한 상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우주제약 산업은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당장 우주사업 투자에 대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엑시옴 스페이스처럼 리더십이 계속 교체되는 경우는 기업 투자적 측면에서 불확실성 요소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잦은 리더십 교체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내놨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1년 동안 CEO가 세 차례 교체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리더가 자주 바뀌면 장기 프로젝트의 추진력에 차질이 생긴다"고 분석했다. 보령은 엑시옴 스페이스 리더십 교체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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