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가계부채 억제 정책과 경기 둔화 여파로 카드사 수익성이 악화되자 업계가 ‘프리미엄 카드’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고연회비 상품을 통해 수익 다변화를 꾀하는 한편, 무료·저연회비 ‘혜자 카드’는 단종되는 추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체감 혜택이 줄어드는 ‘연회비 양극화’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회비 수익 증가, 가맹점 수수료는 감소
16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해 연회비 수익은 7652억원으로, 전년(7084억 원) 대비 8.0% 늘었다.
현대카드가 183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카드(1477억원), 신한카드(1280억원), KB국민카드(1074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8개사 모두 연회비 수익이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3조7722억원으로, 전년(4조734억원)보다 3012억원 감소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소비 둔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카드사, ‘프리미엄 카드’로 수익성 방어
수익성 악화 속 카드사들은 10만~200만원대의 고연회비 프리미엄 카드를 잇따라 출시하며 수익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대표 상품으로는 삼성카드 ‘라움 오’, 신한카드 ‘더 프리미어 골프 에디션’, KB국민카드 ‘헤리티지 익스클루시브’, 현대카드 ‘더 블랙’, 우리카드 ‘더 체어스’ 등이 있다.
신한카드는 이달 초 ‘더 베스트 엑스오(The Best-XO)’를 출시했다. 백화점 교환권과 호텔 외식권 등 기존 혜택에 더해 ‘마이신한포인트’ 20만점 적립 옵션을 추가했다. 연회비는 30만원대다.
우리카드는 글로벌 호텔 체인 아코르(Accor)와 손잡고 ‘올(ALL) 우리카드 인피니트’(연회비 50만원)와 ‘올 우리카드 프리미엄’(15만원)을 내놓았다.
롯데카드는 ‘롯데멤버스 카드 프리미엄’을 통해 국내외 모든 가맹점에서 결제금액의 0.7%를 한도 없이 적립할 수 있도록 했다.
하나카드는 ‘제이드(JADE)’ 시리즈를 잇따라 확대하며, 최고 100만원의 연회비 상품을 운영 중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회비가 높은 카드는 이용 빈도가 높고 신용판매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프리미엄 카드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혜자 카드’ 단종 확산, 소비자 체감 혜택 감소
한편 무료 또는 저연회비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던 ‘혜자 카드’들은 잇따라 단종되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단종된 카드만 400종(신용 324종·체크 76종)에 달한다.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MG+S 하나카드’는 출시 3개월 만에 신규 발급이 중단된다. 연회비 1만7000원에 넷플릭스·유튜브 프리미엄 50% 할인, 네이버페이 10% 할인 혜택을 제공해 큰 호응을 얻었지만, 수익성 한계로 유지가 어려워진 셈이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유지비용이 큰 ‘혜자 카드’는 구조적으로 단종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 혜택 축소는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0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신한 ‘더모아 카드’ 역시 고객 부정 사용 문제로 2021년 말 신규 발급이 중단된 바 있다.
◇‘가성비형 고급 카드’로 틈새 공략
프리미엄과 대중상품 사이의 ‘중간 시장’을 노리는 카드사들도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 3월 ‘부티크(Boutique)’ 시리즈 3종(코퍼·새틴·벨벳)을 출시했다. 호텔·여행·외식 업종에서 5만원 이상 결제 시 5만원 할인 또는 7만 M포인트 교환, 공항라운지·발레파킹 무료 이용 혜택 등을 제공한다. 연회비는 8만원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연회비 15만원 이상 프리미엄과 1~3만원대 대중 상품으로 양극화돼 있다”며 “부티크 시리즈는 두 시장의 중간 수요를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향후 카드사의 ‘연회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전략은 단기적으로 수익성 방어에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간단계 상품군을 얼마나 탄탄히 확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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