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수확·마늘 파종 등 지연…볏짚 썩어 축산농가도 사료 걱정
(안성=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어제도 비가 왔는데, 오는 토요일까지 계속 비 소식이 있어서 걱정입니다."
경기 안성시 보개면 이전리에서 12만8천여평의 벼농사와 200여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는 김두영(63) 씨는 16일 "잦은 가을비로 아직 벼 수확을 절반도 못 했다. 내 평생 올해같이 가을비가 많이 오는 것은 처음 봤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창 농작물 수확기인 이달 들어 비가 자주 내리면서 농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안성지역에는 1일과 2일, 4일, 9일 등 나흘을 제외한 11일간 비가 내렸다.
여름 장마처럼 많은 비가 장시간 계속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오는 18일까지도 비가 오락가락할 것으로 예보됐다.
이같은 잦은 비로 안성지역의 중만생종 벼 수확률이 현재 50%를 밑돌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포인트가량 낮은 수치이다. 중만생종 벼의 수확 적기는 10월 초중순부터 말까지이다.
벼가 다 익은 상태에서 제때 수확을 하지 못할 경우 쓰러짐 현상 등과 함께 벼알에서 싹이 나는 발아 현황이 발생해 쌀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벼 수확이 순차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가을비가 잦아든 뒤 짧은 기간에 몰릴 경우 농협 RPC 등의 수매와 건조 등도 지연돼 쌀 품질은 더 나빠질 수 있다.
벼 수확이 늦어지고, 잦은 비로 볏짚이 마르지 않거나 썩으면서 축산농가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가을에 가축들에게 먹일 볏짚 사료를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금부터 사료용 볏짚을 저장하기 시작해야 하는데 볏짚들이 젖어 있어 수거를 못 하고 있다"며 "올겨울 볏짚 사룟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잦은 가을비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이뿐만 아니다. 이때쯤 심어야 하는 농작물의 파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난지용 마늘의 경우 파종 적기가 매년 9월 20일에서 30일 사이이다.
그러나 비가 내리면서 땅에 함수량이 높아 안성지역에서는 현재 마늘 파종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콩과 깨 등 다른 농작물 등의 수확도 차질을 빚고 있다.
사과와 배 등의 과일은 수확이 막바지여서 큰 피해가 없지만, 대추의 경우 수분이 많아 열매가 터지는 열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안성시는 이같은 많은 가을비로 농작물 피해 우려가 커짐에 따라 지난 15일 김보라 시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하기도 했다.
김 시장은 "이번 연속 강우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 중심의 신속한 대응체계를 유지하고, 농업인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시 농업기술센터 등 관련 부서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시 농업기술센터는 현장대응반을 구성해 수확 작물과 월동작물 파종에 대한 현장 지도를 강화할 계획이다.
k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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