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중국 바이오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을 통과시키며 K-바이오 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최근 생물보안법이 포함된 2026년도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을 찬성 77표, 반대 20표로 통과시켰다. 앞서 하원도 법안에 대해 찬성 231표, 반대 196표로 가결한 만큼 미국 '생물보안법' 연내 발효가 유력하다.
이 법안은 미국의 생명공학 기술과 유전정보 등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외국 '우려 기업'과의 바이오 기술·생명정보 관련 거래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법안 초기 입안 단계에서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 점유율 약 10%를 차지하는 5위 기업인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우시앱텍, 유전체 분석기업 BGI 및 자회사 MGI, 컴플리트지노믹스 등이 거론됐다.
미국 생물보안법이 시행되면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 재편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중국의 주요 바이오 CDMO 기업들이 미국과의 계약이나 보조금 혜택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커지며 한국을 비롯한 비중국 생산기지로의 이동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5공장 가동과 수주 확대 기대
우리나라 기업 중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는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이번 법안 통과로 중국 CDMO들의 고객 이탈이 예상되면서 수주 확대 기대감이 높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을 풀가동 중이며 제2바이오캠퍼스 내 5공장이 완전 가동되면 매출 성장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4개 플랜트 기준 약 78만4000리터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역량을 갖췄고 제2바이오캠퍼스 완공시 생산능력은 132만4000리터로 확대돼 글로벌시장 내 독보적 입지를 확보하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미국 제약사와 약 1조8000억원 규모의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고 일본 톱10 제약사 4곳과도 신규 계약을 따내며 수주국 다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생물보안법 시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배구조 정비를 위한 인적분할 안건을 임시주주총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분할 후 '홀딩스와 CDMO 전문 법인 체제'로 전환함으로써 사업 집중력과 투자 유연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셀트리온, 미국 생산 기반 확보로 CDMO 강화
셀트리온도 미국 내 생산 기반 확보와 CDMO 사업 강화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셀트리온은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에 위치한 릴리(Eli Lilly)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약 4600억원에 인수하며 미국 내 관세 및 규제 리스크를 완화했다.
이 시설의 50% 생산능력은 기존 계약에 따라 릴리의 바이오의약품을 5년간 독점 생산하는 조건이 포함돼 있어, 인수 후 즉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지난해 12월 CDMO 전문 자회사 셀트리온 바이오솔루션즈를 설립하며 관련 사업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자회사는 2031년까지 연매출 3조원을 목표로 설정했으며 기존 바이오시밀러 사업 기반을 활용해 글로벌 CDMO 수주 역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미국 내 생산 기반 확보를 발판으로 중국 CDMO 기업 이탈에 따른 미국시장 수주 기회를 활용,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에스티팜, 틈새시장 신속 공략
동아쏘시오홀딩스 자회사인 에스티팜은 이미 유럽과 미국 바이오텍 기업들과 연이어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중국 경쟁사들이 빠진 틈새시장을 점유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에스티팜은 mRNA·올리고핵산 기반 원료의약품(API) 생산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CDMO 사업을 확장 중이다. 최근 유럽 제약사와 46억원 규모의 올리고핵산 CDMO 계약을 체결했으며, 글로벌 톱10 제약사와는 860억 원 규모의 원료의약품 공급 계약을 따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입법 제도 변화가 K-바이오에 단순한 호재를 넘어 공급망 재편의 기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중국의 위탁물량이 재배치되면서 한국 기업들이 그 빈틈을 메우는 구조 변화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세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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