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누가병원 김수정·신명섭 연구팀과 서울대 허대석 명예교수(한국보건의료연구원)는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말기환자의 의료결정과 관련된 용어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지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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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은 무의미한 생명 연장만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 행위를 시작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결정으로 인위적인 생명 단축이나 연장 없이 자연스러운 죽음에 이르게 한다. 반면 의사 조력 자살은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을 처방해 환자가 스스로 복용해 죽음을 유도하는 행위고, 안락사는 의사가 환자의 요청에 따라 약물을 투여하여 죽음을 유도하는 행위다. 국내에서는 연명의료결정만이 합법이며, 나머지는 불법이다.
설문조사 결과 연명의료결정에 대한 정확한 인식률은 85.9%로 높았으나, 안락사(37.4%)와 의사 조력 자살(53.8%)의 정확한 인식률은 연명의료결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히 주관적 용어인 ‘존엄사’가 세 가지 의료 행위를 효과적으로 구분하지 못하는 혼란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연명의료결정 시나리오 응답자의 57.2%, 의사 조력 자살 시나리오 응답자의 34.3%, 안락사 시나리오 응답자의 27.3%가 이를 ‘존엄사’로 인식했다. 연구진은 “‘존엄사’라는 용어가 실제 의료 행위의 법적, 윤리적 구분을 흐리게 하며, 앞서 시행된 다수의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시켰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설문 참가자에게 정확한 개념을 인식시킨 후 ‘본인이 말기암 환자라면 어떤 결정을 택하겠는가’에 대한 질문에 연명의료결정을 택한 응답자는 41.3%에 달했다. 이어 △안락사(35.5%) △의사조력자살(15.4%) △연명의료 지속(7.8%) 순이었다. 연구진은 국민 다수가 삶을 인위적으로 단축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인한 고통의 연장을 거부하는 결정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명아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장(서울성모병원 교수)은 “이번 연구는 한국 사회가 생애 말기 의사결정의 핵심개념을 여전히 혼동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존엄사라는 표현은 따뜻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안락사와 연명의료결정을 뒤섞는 위험한 언어적 착시를 일으킨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죽음의 방식’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 단계를 어떻게 존엄하게 살 것인가’로 초점을 옮겨야 하며 이번 연구가 규명한 현실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생애 말기 돌봄의 방향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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