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유학생 장학금 '한 달' 넘게 무소식…행정 지연에 학비·생활비 막혀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국비유학생의 장학금(학비·체제비) 지급까지 한 달 넘게 소요되며 해외로 출국한 학생이 학비 납부 등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서류 제출과 공문 발송 등 절차가 복잡해 기관 간 전달이 지연되면서 학생이 직접 각 기관 담당자에게 연락해 행정 처리 상황을 확인하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영종도 제2여객터미널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6일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비유학생의 장학금 지급에는 통상 3~4주가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비유학 장학금은 세금으로 조성된 재원인 만큼 ‘국외유학에 관한 규정’과 세부 업무지침에 따른 절차를 거쳐 지급된다.

우선 국비유학생은 출국 전에는 장학금을 지급받을 수 없어 해외에 도착한 뒤 재외공관에 도착신고를 하고 장학금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재외공관은 외교부를 거쳐 국립국제교육원에 장학금 신청 공문을 보낸다. 교육원은 공문 확인 후 장학금 신청 서류를 검토해 예산집행부서에 지급 요청 공문을 보낸다. 집행부서는 국가재정법에 따른 검토를 거쳐 재외공관에 송금하고 공관이 다시 유학생의 유학 실황을 확인한 후 장학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교육원은 이 과정에 대해 “장학금 신청 서류에 미비점이 빈번히 발생해 보완에 시일이 필요함에 따라 지급 과정 전반에 3~4주 정도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에 따른 업무 장애에도 사업 전용 이메일과 유선 업무연락망을 통해 유학생 상담과 각종 민원 처리 등 업무 전반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문 발송 담당 기관이 신청서를 접수하고도 공문 발송을 누락하거나 기관 간 소통이 부족해 학생이 직접 공문 발송과 접수 여부를 수시로 문의하기도 했다. 업무 장애 시 대체 수단인 사업 전용 이메일이 있었음에도 장학금 지급 절차 지연 사유에 대해 “문서시스템 화재”(국정자원 화재)를 든 예도 있었다. 장학금 지급 시점이 예측 불가능해지며 해외로 나간 유학생 중 일부는 한 달 넘게 생활비를 받지 못한 채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원은 3~9일 국가 공휴일로 결재·송금 처리가 불가능했고, 10일부터 순차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15일 기준 처리가 지연된 건에 대해서는 16~20일 사이 송금 의뢰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정훈 의원은 교육원이 ‘증빙 미비’를 탓하며 장학금 지급이 반복지연되는 상황을 지적했다. 표준체크리스트나 사전검수, 전자제출 가이드 등을 마련해 충분히 개선이 가능함에도 노력이 미비했다는 것이다. 학비 납부나 생계 시점에선 지연 자체만으로도 피해가 발생하는 셈이다.

조 의원은 “절차상 중단이 없었다는 말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의 시간’이다. 단계별 처리기간이 최대 3~4주에 달하고, 연휴·금융휴무·시스템장애를 흡수하는 예비계획이 부족하면, 등록 마감과 월세 납부를 앞둔 유학생에게는 곧바로 생활 리스크로 전이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서시스템 장애와 연휴가 겹쳐도 학생의 등록·생계가 끊기지 않도록 ‘지연 제로’ 운영체계를 즉시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