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한국 자본시장이 ‘주식 결제 주기 단축(T+1)’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이미 결제 속도 경쟁 중이다. 하루 차이지만 시장 유동성·운용 효율성·결제 안정성을 모두 끌어올릴 수 있다. 다만, 거래소·예탁결제원·증권사 간 결제망 재설계와 시스템 비용 조정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속도 경쟁보다 시스템 안정화가 더 큰 과제”라고 말한다.
◇결제 1일 단축의 파급력…시장 유동성 높이고 편의성도 키운다
한국 주식시장은 ‘거래 체결(T일), 청산(거래 확인 및 정산 준비), 결제(T+2일)’ 3단계 절차다. 하지만 T+1은 모두 하루 안에 이뤄진다. 이는 단순히 “하루 빨리 돈을 받는다”는 의미를 넘어 시장 전체 자금 순환 속도를 높인다. 주식을 팔고 받은 돈이 더 빨리 새로운 투자로 이동해 시장 내 유동성이 증가한다.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수익률과 운용 효율성의 차이로 이어진다. 한 증권계 관계자는 “한국거래소(KRX)와 한국예탁결제원(KSD)이 주식 결제 주기를 단축하면 시장 참여자는 유동성과 거래 효율성이 개선될 것"이라며 "매도 대금이 하루 더 빨리 돌아오는 만큼 재투자 여력이 커지고 그만큼 거래량도 늘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T+1 전환이 증권사 수익성 확대보다 투자자 거래 편의성 향상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고 말한다.
또 다른 증권계 관계자는 “ 요즘은 위탁 수수료가 낮은 구조라 거래가 늘어나더라도 증권사 브로커리지 수익이 크게 늘진 않을 것”이라며 “결국 T+1 전환의 직접적인 수혜는 증권사보다 투자자 편의성과 시장 유동성 확대 쪽에 더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 투자 협회 관계자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결제 전에 담보를 활용해 주문이 가능하기 때문에 결제 단축만으로 증권사 수익이 크게 늘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거래 절차가 단순해지고 투자자 거래 편의성이 높아지는 게 T+1 전환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결제망 재설계 불가피… 시스템 개편·리스크 관리가 관건
KSD와 KRX시스템 업그레이드는 물론, 증권사들은 자금 운용·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이와 관련된 직·간접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는 매매가 체결된 뒤 KSD를 통해 결제가 확정되고 대금 및 증권 이체가 익일에 마무리돼야 하는 만큼 업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다만, 대형 증권사의 경우 이미 관련 시스템과 인프라를 갖춰 놓은 만큼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T+1로 단축되면 미결제 잔액이 줄어들어 전체 리스크는 감소하겠지만, 동시에 결제 시간이 짧아져 발생하는 운영상 리스크는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따. 결국 제도가 정착되기 전까지는 시스템 안정화와 리스크 관리 체계 보완이 핵심 과제가 됐다.
◇T+1 전환, 속도 경쟁 넘어 시스템 신뢰가 승부처
미국은 지난해 5월 T+1 제도를 공식 시행했고 캐나다와 인도도 이미 같은 체계를 도입했다. 유럽연합(EU) 역시 2027년 전환을 목표로 한다. 한국만 기존 T+2 체계에 머물 경우 해외 투자자의 한국 투자 자금은 하루 더 묶이는 구조가 된다. 결국 “속도 차이”가 투자 매력도의 격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이 이미 하루 단축을 마쳤는데 한국만 결제가 늦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더 빠른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T+1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 경쟁”이라고 말했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T+1 전환 자체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며 투자자 거래 편의성이나 고객 효용 측면에서 증권업계도 충분히 수용 가능한 변화”라고 입을 모은다.
결제 시스템 전반을 새로 손봐야 하는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결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시장 전체로 번질 위험이 크기에 전산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술적 기반이 마련돼도 안정화까지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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