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아마존에 'NO'…국민연금, 해외투자기업 감시 '메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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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아마존에 'NO'…국민연금, 해외투자기업 감시 '메스' 든다

연합뉴스 2025-10-16 06:01: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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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300조 거대기금, '조용한 거인'에서 '행동하는 주주'로

가습기 살균제 비극 막고 수익률 제고 목표…정교한 옥석 가리기는 과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공단 제공]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기업에 대한 경영 감시와 관여의 칼을 빼 들었다.

올해 7월 말 현재 1천300조원이 넘는 기금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 투자하는 '큰손'으로서, 더 이상 수동적인 투자자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주주 목소리를 내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국민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고 장기적인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중대한 전략적 전환으로, 그 배경과 과제에 관심이 쏠린다.

16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이런 변화는 지난해 9월 '해외주식에 대한 기업과의 대화 도입 방안'이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되면서 공식화됐다.

2013년 약 10%에 불과했던 해외주식 비중이 10여 년 만에 35%를 훌쩍 넘어서자, 이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 사태처럼 해외 기업의 국내 사업장에서 발생한 문제가 국민에게 큰 피해를 주는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됐다.

이 모든 움직임의 최우선 목표는 '성과와 수익성 극대화'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책임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 훼손을 막고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한 핵심 도구로 활용된다.

'기업과의 대화'는 배당 정책, 기후변화 대응, 산업안전 문제 등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경영진과 소통하며 개선을 유도하는 주주 활동이다. 2019년부터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해 온 이 제도를 해외로 확대하는 것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국민연금의 주요 투자 대상인 만큼, 이들의 ESG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포부다.

다만, 당장 직접 대화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해외 기업과의 소통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한 현실을 고려해 2단계 접근법을 택했다.

우선 올해부터 2년간은 해외 주주 활동 전문기관에 업무를 위탁해 간접적으로 대화를 진행한다. 이 기간 국민연금은 위탁 기관의 활동에 참여하며 역량을 쌓고, 2027년부터는 직접 해외 기업과 마주 앉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관련 용역기관 선정을 위한 국제 입찰 공고를 내는 등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식은 복합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1년간의 행보를 보면, 국내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듯한 모습과 함께 장기 수익률을 위한 정교한 계산이 동시에 엿보인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의 이사 선임안에 '이사회 참석률 부진'을 이유로 반대한 것이 전자의 사례라면, 후자는 주주제안에 대한 차별적 접근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국민연금은 기업 이사회가 상정한 안건의 91.5%에 찬성하며 경영진에 힘을 실어주지만, 다른 주주들이 제안한 안건은 약 74%를 반대하며 깐깐한 잣대를 들이댄다. 특히 군사 기술 개발 보고(MS)나 특정 평등지수 참여 중단(알파벳) 등 정치·이념적 목표가 짙다고 판단되는 제안에는 '주주가치 제고가 불분명하다'며 선을 긋는다. 반면, 메타(페이스북)에서는 인공지능(AI) 데이터 감독, 아동 안전 문제 등 주주제안 9건 중 7건에 무더기 찬성표를 던졌다. 이는 가짜뉴스, 개인정보 유출 등이 장차 거대한 규제 리스크로 돌아와 기업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실리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민연금의 변화는 '조용한 거인'에서 '목소리 내는 주주'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우리의 노후 자금이 해외 기업의 경영 개선을 끌어내고, 그 과실이 다시 국민에게 돌아오는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목표는 분명 긍정적이다. 그 성공의 열쇠는 '한국식 잣대'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넘어, 장기적 수익성이라는 대원칙 아래 각 기업이 처한 위험과 기회를 얼마나 정교하게 판단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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