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임대형 스마트팜을 운영하고 있는 최우용(31) 씨는 지난 1년을 이처럼 회상했다.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를 떠올리기 어려운 밝고 따뜻한 유리온실 속, 최씨를 비롯한 청년농들의 손길은 바쁘게 움직인다. 날씨와 상관없이 여느 때처럼 오이 모종을 심는 데 집중한 모습이다. 최 씨는 “스마트팜은 날씨에 상관없이 연중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임대팜에서 창업에 필요한 초기자본을 모아서 나가는 게 목표”라며 웃었다.
|
◇ 이론부터 경영까지…청년농 육성 산실
드넓은 김제 평야에 위치한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21ha가 넘는 부지에 빼곡한 유리 온실로 채워져 있었다. 청년농 교육을 담당하는 청년창업 보육센터, 임대형 스마트팜, 기업 연구가 가능한 스마트팜 실증단지, 혁신밸리 지원센터 등 4개의 시설로 구성돼 있다. 전국에는 김제를 비롯해 △경북 상주 △전남 고흥 △경남 밀양 등 총 4곳에 있다.
이 중에서도 청년보육센터는 청년 농업인 육성의 핵심 공간이다. 스마트팜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20개월간 교육을 진행한다. 농업의 기본 이론부터 실습, 경영까지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 안정적인 교육 참여를 위해 생활비도 지원한다. 이론 교육 기간에는 숙박비를, 실습 단계에서는 월 70만원의 생활비와 연 360만원의 재료비를 지급한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작황 불안과 농촌 고령화가 심화하며 스마트팜의 중요성이 높아지자 보육센터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스마트팜은 막대한 초기 비용과 기술 장벽 탓에 청년들이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데, 보육센터가 이런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발판이 되면서다.
지난해 전국에서 총 1052명을 선발했는데, 경쟁률이 5.7대 1에 달하기도 했다. 박길준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 주무관은 “보육센터 교육생 중 농업 관련 전공자는 20~30% 수준”이라며 “농업을 전혀 모르는 청년들도 미래 전망을 보고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을 받고 있는 현준엽(32)씨도 그중 한 명이다. 자동차 부품 회사에 다니던 현씨는 지난 2023년 회사를 그만두고 친구를 따라 농업에 뛰어들었다. 1년간 노지에서 콩이랑 참깨를 재배했지만,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혁신밸리 교육 프로그램을 알게 돼 지원했다. 현 씨는 “전문가들에게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어 상당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 임대형 스마트팜서 3년간 경영도…초기 투자비용 기회
교육을 마친 뒤에는 직접 경영에 나설 기회도 주어진다. 수료생들은 혁신밸리 내 임대형 스마트팜에서 3년간 온실을 운영할 수 있다. 400평 규모 온실의 임대료는 연 35만원에 불과하다. 이곳에서 재배한 작물 판매 수익은 전액 청년 농업인에게 돌아간다. 이 기간 창업 자금을 모으며 자립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셈이다.
최우용 씨는 “스마트팜 초기 투자비용은 600평에 2억~3억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임대 스마트팜으로 3년간 수익을 모으면 충분히 가능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창업을 위한 현실적 고민은 있다. 농사를 지을 좋은 땅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준엽 씨는 “지금부터 농지를 알아보고 있지만, 매물이 잘 나오지 않아 걱정”이라며 “홍성군 등 일부 지자체는 청년들이 5~10년간 장기 임대할 수 있는 지역특화형 스마트팜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이 더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작지원 :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
|
|
제작지원>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