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 솔(Neo Soul)’의 상징적 존재로 불리던 미국의 R&B 가수 디앤젤로(D’Angelo)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51세. 미국 음악계는 한 시대를 대표했던 영혼의 목소리를 잃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디앤젤로는 암 투병 끝에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별세했다. 그는 에리카 바두, 맥스웰, 라흐산 패터슨 등과 함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네오 솔이라는 장르를 주류에 올려놓은 핵심 인물이었다.
디앤젤로는 1995년 데뷔 앨범 ‘브라운 슈거(Brown Sugar)’로 R&B 음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당시 힙합과 재즈, 고전 소울을 유연하게 융합해 세련된 리듬과 깊은 감성을 동시에 담아내며 음악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그는 “소울의 본질은 감정의 진심에 있다”는 말을 자주 남기며 자신만의 음악 철학을 고수했다.
그의 음악은 단순한 R&B를 넘어선 예술적 해석으로 평가받았다. 스튜디오에서 직접 연주와 프로듀싱을 겸하며 완성도를 높였고, 감정의 결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창법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2000년 발매된 두 번째 앨범 ‘부두(Voodoo)’는 디앤젤로의 음악 인생을 결정적으로 바꿔놓았다. 이 앨범은 힙합, 재즈, 펑크, 고전 소울이 결합된 혁신적인 사운드로 미국 대중음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 작품으로 그는 이듬해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R&B 앨범상’과 ‘베스트 남성 R&B 보컬 퍼포먼스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그러나 화려한 전성기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따랐다. 이후 그는 약물 문제와 음주 운전 혐의 등으로 논란에 휩싸이며 오랜 공백기를 가졌다. 예술적 압박감과 대중의 시선 속에서 잠시 음악을 내려놓기도 했다.
그는 2014년, 14년 만에 발표한 앨범 ‘블랙 메시아(Black Messiah)’로 다시 세상 앞에 섰다. 이번에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음악으로 변화된 자신을 드러냈다. 미국 내 인종 문제와 정치적 긴장을 노래하며, “음악은 단지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시대의 기록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디앤젤로는 이후에도 꾸준히 공연과 협업을 이어가며, 네오 솔의 뿌리를 잇는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음악은 빌 위더스, 프린스, 알 그린 같은 전설들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디앤젤로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 음악 팬들은 깊은 슬픔을 표했다. 소셜미디어에는 “그의 목소리는 하나의 시대였다”, “R&B의 영혼이 하늘로 돌아갔다”는 추모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그가 남긴 앨범 ‘브라운 슈거’, ‘부두’, ‘블랙 메시아’는 여전히 많은 후배 뮤지션들의 교본으로 남아 있으며, 네오 솔 장르의 정수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부드러우면서도 진한 감성, 그가 남긴 음악은 이제 영원히 팬들의 기억 속에 머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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