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삼성전자가 3분기 예상치를 웃도는 영업이익과 사상 최대치 매출을 기록하며 ‘A+ 실적’을 달성했다. AI 수요 확산 속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고, 노조 리스크와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삼성의 체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HBM과 폴더블 신제품이 실적 반등을 이끈 가운데 향후 성장의 지속 여부가 조직 신뢰와 인재 보상 체계 개편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은 증권가 예상치인 10조원 안팎을 크게 웃도는 12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완전한 회복세를 입증했다. 매출은 전 분기 약 75조원에서 86조원으로 늘어나며 분기 기준 처음으로 80조원을 돌파,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실적 회복을 주도한 요인으로는 반도체(DS) 부문이 꼽힌다. D램 가격 상승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출하 확대, 비메모리 적자 축소가 맞물리며 영업이익이 2분기 4000억원대에서 6조원 수준으로 급등했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본격화하면서 HBM3E 공급이 가시화되고, 차세대 HBM4 인증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스마트폰과 네트워크 부문도 견조한 회복세를 보였다.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NW) 사업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3조2000억원 안팎으로 추정, 갤럭시 Z 폴드7·플립7의 글로벌 흥행이 이 같은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국내 사전판매량은 104만대로 역대 폴더블 중 최고 기록을 세웠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전작 대비 60% 이상 늘었다.
4분기에도 신제품 효과가 이어질 전망이다. 하반기부터 폴더블과 확장현실(XR) 기기를 잇달아 선보이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공개 예정인 트라이폴드폰과 이달 출시되는 XR 헤드셋 ‘무한’은 삼성전자가 AI 연동 기기 생태계로 영역을 넓히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스마트폰 중심 사업 구조를 AI 기반 디바이스 플랫폼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외형 확장과 더불어 보상 체계 혁신을 통해 내부 결속 강화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성과연동 주식보상’(PSU) 제도 도입을 공식 발표했다. 향후 3년간 주가 상승률에 따라 자사주를 추가 지급하는 방식으로, 단기 현금 보상 중심이던 기존 제도를 장기 성과 중심으로 전환한 것이다. 대규모 자사주 매입과 함께 보상을 주가와 직접 연계한 조치는 주주 신뢰 제고와 인재 중시 경영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노조는 SK하이닉스로 이직한 전직자 인터뷰를 잇달아 공개하며 처우 격차를 부각하고, 성균관대 인근에서 ‘삼성 vs 하이닉스’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외 공세를 강화했다. SK하이닉스가 올해 노사 합의로 1인당 평균 1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한 이후 내부 비교 여론이 확산되면서 사기 저하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삼성전자는 장기 성과 중심의 ‘성과연동 주식보상’(PSU) 제도 도입을 공식화하며 대응에 나섰다. 향후 3년간 주가 상승률에 따라 자사주를 추가 지급하는 방식으로, 단기 현금 보상 중심이던 기존 제도를 장기 성과 중심으로 전환한 것이 핵심이다.
이재용 회장은 평소 임직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조직을 강조해 왔다. 지난 2020년 5월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에서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으로 저보다 더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야 한다”고 언급. 최근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중장기 성과 창출의 핵심을 ‘사람’으로 보고, 실질적 동기부여 수단으로 PSU 제도 도입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노조의 반응은 냉담하다. 삼성전자 노조 중 하나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회사가 중장기적 성과를 직원과 함께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질적인 보상 효과를 직원이 체감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성과급 제도 개편과 성과급 상한 폐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내부 동요를 추스르며 AI 반도체 중심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장은 이달 초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만나 초거대 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첨단 메모리를 대규모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협력사인 AMD와의 GPU 공급 연계로 HBM 수요가 확대, 엔비디아와는 차세대 HBM3E·HBM4 공급 준비가 진행되며 AI 반도체 생태계 전방위 확장이 가시화되고 있다.
테슬라와는 22조원 규모의 AI칩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에서 애플의 차세대 칩 생산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시스템LSI·파운드리 부문의 신규 수주가 향후 실적에 반영되면 성장세는 더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회장은 사법 리스크 해소 이후 대형 고객 확보와 내부 제도 혁신을 병행하며, 외부 불확실성 속에서도 사업 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만 미·중 갈등은 여전히 외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사마륨·디스프로슘·터븀 등 희토류 금속을 수출통제 품목에 포함해 반도체 공급망 불안을 자극했다. 세계 희토류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언제든 ‘희토류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점은 삼성에 부담 요인이다. AI와 반도체가 전략산업으로 격상된 만큼, 글로벌 리스크를 버틸 수 있는 산업 체력 확보가 향후 지속 성장의 관건으로 지목된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부진했던 HBM 부문에서 고객사를 다변화하며 내년 주요 메모리 3사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범용 메모리 가격 강세가 이어지면서 HBM 계약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MX 부문은 플래그십 제품의 견조한 판매 흐름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고, 디스플레이 부문도 성수기 진입에 따라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비메모리 사업 역시 가동률 상승으로 적자 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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