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 굿즈 대란에 담긴 의미
굿즈(goods). 문자적 의미로는 특정 인물이나 캐릭터, 브랜드, 작품 등을 테마로 제작한 상품을 말하며 팬덤 문화와 관련이 깊다고 나와 있다. 팬심을 자극하는 포토 카드나 키링, 스티커부터 생활용품, 디지털 기기 액세서리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이런 특성을 가진 굿즈는 더 이상 부가적 상품이 아니다. 한때는 콘서트장의 응원용 봉이나 전시장의 기념품, 혹은 판촉물로 취급됐지만, 이제는 브랜드와 소비자를 잇는 핵심 접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변화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사례로 스타벅스의 프리퀀시 이벤트,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열풍 속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대란, 그리고 중국 아트토이 브랜드 팝마트의 캐릭터 '라부부'(Labubu)를 들 수 있다.
많은 소비자가 굿즈 하나를 얻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고, 예약 판매 시작과 동시에 서버를 마비시키며, 재판매 시장에서 몇 배의 가격을 지불한다. 작은 피규어나 캐릭터 인형이 기념품을 뛰어넘어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굿즈는 곧 "나는 이 세계관의 일부다"라는 선언으로 기능한다.
굿즈의 힘은 전적으로 디자인 전략에서 비롯된다.
물론 당연히 그리고 반드시 원래 팬덤을 유발했던 오리지널 아이템이 있다. 앞서 밝힌대로 '케데헌' 같은 영화가 될 수 있고 위의 사진처럼 스타벅스 같은 기업 제품이 될 수도 있다.
필자는 그 흐름을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첫째, 굿즈는 브랜드의 세계관을 손에 잡히는 오브제로 바꾼다. 특정 상품이나 피규어를 소장하는 행위는 곧 그 세계관에 동참한다는 신호다.
둘째, 굿즈는 집단적 소속감을 강화하는 상징물이다. 작은 키링 하나가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토템(totem)처럼 기능하며, 개인과 집단을 동시에 묶어낸다.
셋째, 굿즈는 희소성과 경험의 산물이다. 줄을 서고, 추첨에 응모하고, SNS에 인증샷을 남기는 과정 자체가 이미 하나의 사회적 퍼포먼스로 자리 잡는다.
◇ '집착'을 설계한 마케팅
굿즈 열풍을 하나의 소비 동향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오늘날 브랜드는 소비자의 집착을 치밀하게 기획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위에 언급한 스타벅스의 서머 e프리퀀시 이벤트다.
소비자는 한정판 굿즈를 얻기 위해 음료를 반복 구매하고, 매장을 재방문하며, SNS에 인증샷을 남긴다.
새벽 줄서기와 앱 접속 전쟁은 이제 하나의 사회적 퍼포먼스로 자리 잡았다. 굿즈는 증정품의 기능만이 아니라, 소비자의 시간을 점유하고 감정을 동원하는 장치다. 스타벅스는 그 과정에서 매출뿐 아니라 데이터와 화제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이러한 전략은 브랜드를 넘어 문화 기관에서도 활발히 전개된다. 케데헌 열풍으로 촉발된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대란이 그 대표적 사례다. 케데헌 인기 캐릭터 호랑이 더피와 까치 굿즈는 물론, 광복 에디션으로 출시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기념품의 기능만이 아닌 전통과 대중문화를 잇는 한정판 상징물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에게는 문화적 세계관에 참여하는 경험이 되고, 박물관에는 새로운 관객층을 유입하는 전략적 수단이 된 것이다.
특히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수백 년 된 불교 조각을 손안의 오브제로 재해석한 사례다. 전통 문양을 활용한 키링과 곤룡포 비치타월과 같은 생활용품은 과거의 미감을 오늘의 일상 속으로 불러왔다.
많은 사람이 이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 서고 노숙까지 감내했으며, 그 결과는 연이은 '완판'이었다. 박물관은 과거를 보존하는 공간을 넘어 현재와 소통하는 문화 브랜드로 변모했고, 더 나아가 케데헌의 세계관이 전 세계 팬덤을 자극하면서,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이 반드시 들러야 할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굿즈는 더 이상 부가 상품도 아니고, 기념품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브랜드와 소비자가 세계관을 공유하며 정체성을 교환하는 새로운 언어다.
우리는 굿즈를 통해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나'와 '우리'를 함께 디자인하는 경험을 소비하고 있다.
즉, 시작도, 과정도, 끝도 모두 디자인으로 통한다. (2편에서 계속)
석수선 디자인전문가
▲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박사(영상예술학 박사). ▲ 연세대학교 디자인센터 아트디렉터 역임. ▲ 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 한예종·경희대·한양대 겸임교수 역임. ▲ 디자인 컴퍼니 (주) 카우치 포테이토 대표이사.
<정리 :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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