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로부터 1조 원대의 로열티를 가져간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가 유럽 시장에서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에서는 벌어들인 수익의 절반 이상을 재투자 없이 본사로 송금하는 반면 유럽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에 적극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DH가 한국 배달 시장을 단순한 '현금인출기'로만 취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자영업자의 부담을 본사로 전가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23년 DH에 4127억원 배당, 지난해 배달비 자영업자에 약 3400억원 전가, 중개수수료 9.8%로 올렸다"며 "또 지난해에는 DH로부터 자사주를 매입해 5327억원을 보내줬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아한형제들은 2023년 4127억원을 배당했다. 같은 해 우아한형제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4155억원, 6998억원이다. DH는 우아한형제들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아한형제들은 연간 영업이익의 58.9%를 모회사로 송금한 셈이다. 지난해 자사주 매입 규모 또한 연간 영업이익(약 6407억원)의 84% 규모로 집계됐다.
DH는 독일에 본사를 둔 글로벌 배달 플랫폼 기업이다. 국내를 비롯해 유럽, 베트남, 중동, 북아프리카 등에서 배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지역 가운데 가장 큰 실적을 올리는 시장은 대한민국이다. 니클라스 외스트베리(Niklas Ostberg) DH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대한민국에서 자체 배달 서비스가 크게 확대됐고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본사로 송금되는 금액에 비해 국내 배달 시장에 대한 재투자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조치가 지속되면서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올해부터 포장주문에도 수수료 6.8%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수수료를 6.8%에서 9.8%로 올렸다가 여론의 반발로 최대 7.8% 수준으로 조정한 전례가 있다.
반면 유럽 시장에서는 자영업자 및 지역사회 상생 프로그램과 배달기사 교육 지원 등 ESG 재투자가 활발하다. DH의 유럽 시장 배달 플랫폼 글로보(Glovo)는 지난해 1억유로(약 1653억원)을 투입해 라이더 인식 전환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15만여개 소규모 매장에 디지털화를 지원했고 취약계층에게 식사도 기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기후변화, 여성 교육 프로그램, 배달기사 교육 등 다양한 사회환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과 달리 글로보는 본사에 자금을 송금한 전례가 없다. 오히려 DH로부터 자금 조달을 약속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보는 2021년 DH로부터 약 2억5000만유로(약 4130억원) 규모의 백스톱 파이낸싱을 약속받았다. 백스톱 파이낸싱은 기업이 증자나 자금 조달에 실패할 경우 제삼자가 미리 약정된 조건으로 잔여 물량을 인수하는 제도다.
우아한형제들이 국내 ESG 활동을 완전히 외면한 것은 아니다.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3억원을 기부했다. 아울러 배달기사 안전을 위한 '배달안전365' 캠페인을 운영 중이다. 배달안전365는 우아한청년들과 고용노동부가 함께 시행하는 계절별 안전 캠페인이다. 우아한청년들은 해당 캠페인을 통해 배달기사들에게 커피나 마스크 등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본사가 위치한 유럽과 비교하면 국내 재투자와 ESG 활동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용산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순혜(62) 씨는 "포장주문에도 수수료를 부과할 정도로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가중하면서도 정작 재투자는 이뤄지지 않는다"며 "차라리 배달의민족이 등장하기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또한 DH와 우아한형제들이 국내 사업규모에 비해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만큼 자영업자와 소비자 그리고 배달원들에 대한 직접적인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속가능성이 약화된다"며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의 자금을 독일에 있는 모회사에 보내게 되면 제대로 된 재투자가 이뤄지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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