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가 새로운 혼란기에 들어섰다”고 공식 경고했다. △미중 무역 갈등의 재점화 △각국의 부채 부담 △부동산 시장 부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구조적 불균형이 맞물리면서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뚜렷하게 둔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현지시간) <뉴스로드>가 참석한 IMF 세계경제전망 기자회견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2%, 내년 성장률을 2.8%로 제시하며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피에르 올리비에 구랑샤(Pierre-Olivier Gourinchas) IMF 수석이코노미스트 는 모두발언에서 “세계 경제가 최근의 무역 충격을 잘 견뎌냈지만, 여전히 새로운 혼란에 취약하다”며 “AI 확산, 부동산 부실, 과도한 재정지출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AI와 기술혁신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노동시장 불균형과 소득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며 “재교육과 사회안전망 확충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구조적 실업이 늘어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IMF와 세계은행은 현재 연차총회를 열고 각국의 재정, 빈곤, 기술, 부채, 무역 등 글로벌 경제 전반의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특히 IMF는 이번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AI를 ‘양날의 검’으로 규정했다. AI가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술 접근 격차로 인해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다.
IMF는 또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부동산 시장 불안정성을 가장 큰 하방 리스크로 지목했다. 구랑샤 수석은 “중국의 부동산 부실은 내수 위축과 금융 리스크를 동시에 야기하고 있다”며 “부채가 많은 국가일수록 금리 인하 여력이 제한돼 경기 둔화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후한 금융 여건, 확장적 재정정책, 미국 중심의 기술 투자 집중 현상이 단기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IMF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향후 세계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한 4대 과제도 제시했다. △AI 확산 리스크에 대응한 교육·노동시장 개혁 △부동산 및 부채 구조 안정화 △무역 규범 복원과 교역 다변화 △기후·기술·교육 분야에 대한 구조적 투자 확대가 그것이다. 구랑샤 수석은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각국은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모든 전망이 어두운 것은 아니다. 명확한 무역 협정,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 불평등 해소를 위한 재정개혁이 병행된다면 회복의 속도는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IMF는 이번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세계 경제는 위기를 넘겼지만 회복도 완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단기적으로는 안정세를 보이지만, 구조적 불균형과 성장 피로감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IMF의 경고는 세계 경제가 “불황은 멈췄지만 회복도 없는 시대”, 다시 말해 완만한 둔화와 새로운 불확실성의 경계 위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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