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기차(EV) 생산 능력은 공급 과잉인 반면 국내 수요는 부족해 가격 인하와 수출에 집중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EV 디플레이션’을 불러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테슬라 전기자동차가 미국 내 주력 모델의 최저 가격을 10% 내리고 닛산의 일본 내 주력 순수 전기차는 내년에 이전 모델보다 가격이 더 낮아지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됐다.
닛케이 차이나는 14일 테슬라가 7일 미국 및 기타 지역에서 플래그십 모델 두 대의 가격을 인하했다고 보도했다며 ‘EV 디플레이션’의 확산을 분석했다.
테슬라의 모델 중 하나인 모델 Y의 기본 가격은 기존 가격보다 5000달러 낮은 3만 9990달러였다. 다만 배터리 용량이 줄어 주행 거리도 10% 단축됐다.
미국은 지난달 말 7500달러였던 전기차 세액 공제를 종료해 모델 Y를 포함한 베스트셀러 모델의 가격이 사실상 20% 높아졌다. 테슬라는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즉시 저가 모델을 출시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이전에 3만 달러 미만의 저가 차량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닛케이 차이나는 다만 미중 무역 전쟁이 비용 절감을 제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테슬라는 배터리와 모터에 필요한 희토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희토류 생산 및 수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같은 생산 및 수출 통제에 따라 비용이 올라갈 수 있다.
제너럴 모터스와 포드 자동차도 전기차 가격을 단계적으로 인하할 내릴 계획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두 자동차 회사 모두 3만 달러 미만의 신형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선진국 중 순수 전기차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본에서도 가격 인하가 진행되고 있다.
닛산 자동차는 8일 플래그십 전기차 리프(LEAF)의 완전 개량형 기본 모델의 권장 소비자 가격을 기존 모델보다 6만 엔 인하된 약 519만 엔으로 책정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자동차업체의 가격 인하 압력은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중국 BYD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BYD는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가격 공세에 나서 9월 일본에서 인기 있는 전기차의 가격을 50만 엔 내린 117만 엔으로 책정했다.
세계 전기차 가격 하락은 자동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제조업체들의 강세와도 관련이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중국 배터리 대기업 CATL은 유럽 자동차 그룹 스텔란티스와 배터리 공장에 공동 투자해 가격 인하를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가격 인하는 전기차의 ‘디플레’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7월 기준 중국의 전기차 업체(하이브리드 포함)는 129개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과당 경쟁에 의한 출혈 금지를 위해 칼을 빼들 정도로 그야말로 무차별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시장 수요가 한정되어 있어 수출 물량을 늘리면서 중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 가격 인하 도미노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중국 업체의 밀어내기는 비단 자동차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기자동차도 어느 품목 못지 않다는 평가다.
닛케이의 ‘전기차 디플레이션’은 이같은 중국산 전기자동차의 홍수가 불러오는 현상을 지칭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Copyright ⓒ 모두서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