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전남도립미술관(전남 광양시 광양읍)은 ‘2025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4주년을 기념해 특별전 ‘블랙 앤 블랙(BLACK & BLACK)’을 12월 14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기획전은 동아시아 수묵 남종화와 1950년대 서구 블랙 회화를 현대미술의 시각에서 교차 조망하며, 국내외 20명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도자·영상 설치 등 7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전시의 개념은 프랑수아 청(François Cheng)의 저서 ‘Le Vide et Le Plein(공(空)과 충(充))’에 담긴 구절, “블랙은 단순한 어둠이 아니라, 생명과 빛을 머금은 여백의 공간”에서 출발했다.
동양 수묵화에서 먹빛은 농담(濃淡)을 통해 기(氣)의 흐름과 생명력을 드러내고, 여백은 결핍이 아닌 형상이 호흡하는 자리로 기능한다. 반면 서구의 블랙 회화는 색의 물질성과 평면성을 활용해 존재의 본질과 추상의 언어를 탐구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 속에서도 블랙은 동서양 모두에게 부재가 아닌 생성의 원천, 빛과 어둠, 비움과 충만이 공존하는 예술적 근원으로 작동해왔다. ‘블랙 앤 블랙’은 이러한 미학적 차이와 조응을 한자리에 모아 보여준다.
전시는 조선 후기 화가 공재 윤두서를 시작으로, 소치 허련–의재 허백련–남농 허건으로 이어지는 남도 수묵의 예술 정신을 되짚는다. 이 흐름은 세계 현대미술의 거장들로 확장된다.
피에르 술라주(Pierre Soulages), 한스 아르퉁(Hans Hartung), 장 드고텍스(Jean Degottex), 로버트 마더웰(Robert Motherwell), 자오우키(Zao Wou-Ki) 등 서구 추상미술의 대표 작가들이 선보인 ‘블랙의 회화’는 동양의 먹빛이 지닌 철학적 깊이와 맞닿아 있다. 또한 이우환, 이응노, 이강소 등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작가들이 함께 참여해, 서체적 전통을 기반으로 한 독창적 조형 언어를 통해 ‘블랙’의 세계적 미학을 확장시킨다.
남도의 수묵정신을 잇는 현대 작가들의 참여도 눈길을 끈다. 김호득, 정광희를 비롯해 최종섭, 송필용, 박종갑, 설박, 황인기, 박정선 등이 전통과 현대, 실험과 명상의 스펙트럼을 한자리에 펼친다. 그들의 작업은 수묵이 더 이상 과거의 양식이 아닌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현대적 예술 언어임을 보여준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전남도립미술관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등 국내 주요 기관과 협력했으며, 프랑스 파리시립 세르누치 아시아미술관, 국립현대미술센터(CNAC), 아르퉁 재단(Hans Hartung Foundation) 등 해외 기관으로부터 주요 작품을 대여받았다. 이를 통해 지역 전시를 넘어 세계적 수준의 수묵·블랙 회화전을 실현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24세 이상 64세 이하 1,000원, 24세 이하 500원, 65세 이상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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