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의 이전을 추진하면서 임시청사 임차에만 6년간 매달 4억원이 넘는 국민 세금을 지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청사 건립 계획조차 세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임시청사 예산이 이미 1,100억 원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구미시을)은 15일 해양수산부가 제출한 부산 이전 청사 임차 계약서를 분석한 결과, IM빌딩(본청)과 협성타워(별관) 두 곳의 임대 계약이 체결됐다고 밝혔다.
해수부가 체결한 계약서에 따르면 임대보증금은 총 29억5,834만 원, 임대료와 관리비를 포함한 연간 임차비는 51억1,456만 원에 달한다. IM빌딩(지하 4층~지상 22층 전층)은 2030년 12월 31일까지, 협성타워(2·3·4·8·12·13층)는 2031년 9월 30일까지 계약이 이어지며, 임대료는 매년 2%, 관리비는 3%씩 인상되는 조건이다.
이 조건대로라면 임대기간 전체(약 6년) 동안 해수부가 부담해야 할 임차비용은 31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방자치단체 청사를 새로 지을 수 있을 정도의 규모"라는 게 강 의원의 지적이다.
문제는 해수부의 '임시청사 예산'이 이미 대통령실 용산 이전 예산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해수부는 부산 임시청사 이전과 관련해 예비비 867억 원을 포함해 내년도 본예산에 322억 원을 편성했다. 이를 모두 합하면 총 1,189억 원으로, 여기에 보증금·공사비·개청식 행사비·세종청사 원상복구비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정작 신청사 건립 계획은 아직 수립되지 않았다. 결국 청사도 없는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이 임시청사 임대료로만 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강명구 의원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는 '혈세 낭비'라며 비판하던 세력이, 정작 해양수산부 이전에는 청사도 짓지 않은 채 예산 1,100억원을 쏟아붓고 있다"며 "이야말로 위선의 극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 의원은 "국민 세금 51억 원을 매년 월세로 쓰고 있다"며 "이 정도면 청사 건립이 아니라 예산 소모전"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부산 이전 결정이 행정 효율성이나 예산 절감이 아닌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이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정부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전문가들도 해수부의 임시청사 장기 임차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행정 전문가(전 국유재산관리 자문위원)는 "임시청사를 6년 이상 임대하는 것은 사실상 '상시 사무실 운영'에 가깝다"며 "청사 건립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매년 인상되는 임차료를 감당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재정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명분 뒤에 국민 혈세가 무책임하게 낭비되고 있다"며 "부산 이전이 정치적 상징에 그치지 않으려면 예산의 투명한 사용과 신청사 건립 계획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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