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신화'를 이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최근 '신흥 주식 부호' 1위에 올랐다. 2020년 이후 새로 상장한 기업 창업자 가운데 그는 3조5,000억원에 가까운 주식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크게 바뀐 산업 환경 속에서 엔터테인먼트·게임·바이오·테크 등 새로운 산업을 이끄는 '포스트 벤처 1세대'의 성장도 두드러지고 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2020년 이후 상장한 국내 기업 창업자 상위 100명의 보유 주식 가치는 총 22조4,836억원에 달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부모에게 회사를 물려받은 2·3세 오너와 2020년 이전 상장한 기업의 창업자는 제외해 '순수 창업 기반 자산가'의 규모만 집계했다.
여기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3조4,983억원으로 1위에 올랐다. 하이브 지분 31.6%를 가진 그는, 상위 100인의 전체 자산 중 무려 15.6%를 홀로 차지했다. 방시혁이 이끄는 하이브 모델은 BTS를 중심으로 세계 음악 산업의 흐름을 바꾸며,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시가총액 구조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2위는 화장품 브랜드 에이피알의 김병훈 대표(2조9,884억원), 3위는 게임사 크래프톤의 장병규 의장(2조866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박동석 산일전기 대표(1조273억원), 김현태 보로노이 대표(1조777억 원),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9,302억원),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8,738억원), 반성연 달바글로벌 대표(3,182억원), 오준호 레인보우로보틱스 공동 창업자(2,979억원),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2,842억원) 등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이할 만한 점은 상위 10명 중 과반 이상이 제조·바이오·게임 등 기술집약형 산업에 몸담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후 'K-테크' 산업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했는지 잘 보여준다. 하이브, 크래프톤, 시프트업 등 콘텐츠 기업의 성공은 단순한 문화산업이 이제 국가 경제의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됐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성 창업자의 비중은 아직도 매우 낮다. 상위 100명 가운데 여성은 박소연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회장과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 두 명뿐이다. 2020년대에 들어 여성 창업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기업공개 시장에서 여성 CEO는 여전히 2%도 채 안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학력도 한 방향으로 쏠려 있었다. 상위 100명 중 학력 확인이 가능한 92명 가운데 서울대 출신이 15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연세대(8명), 카이스트(6명), 한양대(5명), 고려대·경희대(각 4명) 순이었다. 전체의 71.7%에 해당하는 66명이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기술 중심 창업이 국내 신흥 부호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상경계는 14명, 인문계 5명, 의약계 4명, 기타 3명으로 조사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한국의 부의 구조가 전통 제조업과 금융에서 지식 기반 산업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과거 벤처 1세대가 IT 붐을 일으켰다면, 지금의 신흥 부호들은 K-콘텐츠, 바이오, 테크 산업이 결합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이들은 단순한 부호가 아니라 산업 구조 전환기의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신흥 주식 부호의 자산이 일부에 편중돼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상위 10명의 주식 가치 합계가 16조 원으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나머지 90명의 평균 자산은 700억 원대에 머무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스타트업 창업자 상당수의 주식 가치가 기업의 실적보다는 기대감에 힘입어 높게 책정된 결과라, 시장 변동성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하이브 방시혁 의장은 K팝 산업을 세계적으로 알린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는 '뉴진스 논란' 등 여러 외부 변수가 있었지만, 오히려 하이브의 주가가 다시 오르면서 그의 자산 가치도 크게 뛰었다.
시장 관계자들은 "엔터테인먼트, 게임, 바이오 같은 분야는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 앞으로 국내 창업자들의 자산 구조도 빠르게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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