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AIST 의사과학자, 7500억 기술수출로 증명한 ‘사명감 이상의 성공’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인터뷰] KAIST 의사과학자, 7500억 기술수출로 증명한 ‘사명감 이상의 성공’

이데일리 2025-10-15 13:55:28 신고

3줄요약
[이데일리 권하영 기자] “월급 500만 원 연구원이 될 것인가, 월 1200만 원 개원을 선택할 것인가.”

국내 의사과학자들이 직면한 냉혹한 현실이다. 대부분이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받는 개원의의 길을 택하는 가운데, 연구의 길을 선택한 한 팀이 10년 만에 7500억원 규모의 글로벌 기술 수출로 답을 내놨다.

국내 의사과학자가 기초연구부터 신약개발, 상업화까지 전 과정을 완수한 첫 성공 사례다.

KAIST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 (사진=KAIST)


난치병 돌파구 찾아 글로벌 기술 수출 성공

KAIST는 이달 9일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의 교원 창업기업인 소바젠이 난치성 뇌전증 치료 RNA 신약 후보를 개발해 이탈리아 글로벌 제약사 안젤리니 파마에 총 7500억원(약 5억 5000만 달러)에 기술 이전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정호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실패와 투자 중단 등 난관을 딛고 극적으로 수출이 확정됐다”며 “과학적 증명과 시장성에 자신이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 교수 연구팀은 2015년 난치성 뇌전증과 악성 뇌종양 같은 치명적 뇌 질환의 원인이 뇌 줄기세포에서 생긴 후천적 돌연변이인 ‘뇌 체성 돌연변이’라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 네이처와 네이처 메디슨에 발표했다. 이후 2018년 김병태 전 대표·오세연 전 부사장과 창업한 소바젠에서 2022년 박철원 대표가 합류하며 뇌전증의 원인 돌연변이 유전자인 MTOR를 직접 겨냥할 수 있는 RNA 신약(ASO)을 발굴했고, 최근 글로벌 기술 수출 성과까지 거뒀다.

시작은 녹록지 않았다. 바이오 붐이 한창이던 창업 초기에는 투자를 비교적 쉽게 받을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투자 열풍이 잦아들면서 정작 상업화가 가능해진 시점에 투자가 중단됐다. “직원 월급 줄 돈도 없을 정도였다”고 회상한 이 교수는 “당시 박철원 대표의 돌파력과 박상민 수석연구원의 개발 역량, 끝까지 믿어준 벤처캐피탈인 에이티넘의 지속적인 지원이 아니었다면 위기 극복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과학자, 사명감 넘어 성공모델 보여줘야

이번 성과는 의사이면서 기초 연구를 집중 수행하는 의사과학자(M.D.-Ph.D. Physician Scientist)의 첫 대규모 기술 수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에서 의사과학자는 매우 드물고, 주로 높은 수입이 보장되는 개원이나 대학병원 교수직을 택하는 현실에선 더욱 그렇다.

이 교수는 갈수록 의사과학자를 택하는 학생들이 줄어드는 이유에 대해 “단순히 눈앞의 처우 문제가 아니라, 성공 모델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저는 사명감으로 뛰어든 것이지만 요즘은 사명감만 강요해선 안 된다”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으면서 연구자 본인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연구 성과가 혁신을 만들고, 그것이 개인의 성취와 보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선 결국 의사과학자 지원 확대와 창업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국내 환경에서 연구 지원은 있지만 창업은 쉽지 않다”며 “정부가 연구와 창업을 분리해 지원하지 말고, 의사과학자 창업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에 모태펀드 가산점 또는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의사과학자들의 연구와 창업 전 과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KAIST와 같은 산업 연계 연구 모델의 확산이 중요하다고 봤다. KAIST는 ‘기초에서 산업으로’라는 연구 철학을 바탕으로 의과학 분야에서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 교수는 “산업과 혁신이 중요한 곳에서 교육을 받으면 산업과 혁신이 사회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고 본인에게도 금전적 부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성과가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회사가 한두 개 신약으로 번창할 수 있겠나”라며 “이번 수출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약을 개발해 끝까지 가보는 경험을 많이들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후배 의사과학자들에게 “시야를 크게 보고 인류의 난치성 질병을 우리나라 의과학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