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유럽 시장 공략의 폭을 넓히고 있다.
가전 중심의 프리미엄 시장을 넘어, 항균 신소재 '퓨로텍(PuroTec™)', AI 냉각 솔루션, 에너지 절감형 제품군 등으로 사업 축을 확장하며 '기술 B2B 기업'으로의 변신을 본격화했다.
유럽 시장은 우리 기업들의 새로운 먹거리 장터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 관세 폭탄을 터트리며 시장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유럽은 우리 기업들이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개척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유럽 시장도 결코 만만하지 않다.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면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
또한 환경 문제에도 민감하다. 제조업의 경우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부터 친환경 접근을 해야만 수출의 길이 열릴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LG전자의 유럽 시장 진출은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 "가전의 땅, 유럽에서 신소재로 확장"
LG전자는 지난 8일(현지시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세계 3대 플라스틱 소재 전시회 K 2025에서 자체 개발 항균 기능성 소재 퓨로텍을 유럽 시장에 처음 선보였다.
LG가 유럽에서 신소재를 직접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단순한 신제품 전시가 아니라 유럽 시장을 글로벌 기술 확산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전략적 선언으로 읽힌다.
유럽은 위생·환경·안전 기준이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시장이다. LG전자는 퓨로텍이 EU 살생물제관리법(BPR) 인증을 통과한 점을 강조하며 "규제 통과 그 자체가 기술 경쟁력의 증명"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LG 관계자는 "유럽의 인증을 통과하면 사실상 글로벌 시장 진입 장벽의 90%를 넘는 셈"이라고 말했다.
■ "규제의 땅에서 사업 기회로"…LG의 유럽 전략 기조
LG전자는 최근 몇 년간 유럽을 '규제에서 기회로 전환하는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가전 부문에서는 탄소배출 제한, 에너지효율 등급 규제 강화에 맞춰 AI 기반 에너지 절감 기술과 고효율 냉각 시스템을 강화했고, B2B 영역에서는 이번 퓨로텍처럼 위생·안전·친환경 소재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특히 퓨로텍의 유럽 출시는 LG전자가 전통적인 가전 판매 중심 구조를 넘어, '기술 기반 부품·소재 공급사'로 진화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이는 최근 LG전자가 강조하는 '스마트홈+스마트팩토리+스마트소재' 3축 전략의 한 축이기도 하다.
■ B2B 시장 겨냥한 '신뢰 인증 체계' 구축
LG전자는 지난달 국제 시험인증기관 SGS Korea와 항균 성능 공동 인증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는 단순 협업이 아니라 유럽 고객사와 글로벌 브랜드가 신뢰할 수 있는 'LG표 품질 인증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다.
LG전자가 자체 기술력뿐 아니라 국제 인증 생태계를 함께 설계하는 것은, 향후 유럽 B2B 시장에서 독자적 기준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 "유럽 중심의 글로벌 소재 네트워크 구축"
LG전자는 이번 K 2025 전시를 계기로 유럽 주요 완성차·가전·소재기업과의 B2B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퓨로텍이 적용 가능한 가전·자동차 시트·건축 내장재·의류 섬유소재 등은 모두 유럽 산업 생태계의 핵심 영역이다.
유럽 내 환경규제 대응, 항균 인증 수요가 높아지는 흐름 속에서 LG전자는 '고성능+친환경+안전' 세 가지 키워드를 내세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LG화학과의 공동개발 체계를 통해 항균 플라스틱, 내구성 강화 복합소재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 중이다.
궁극적으로는 유럽 현지 합작 파트너십 또는 R&D 거점 설립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 "가전에서 소재로, LG의 체질 변화"
LG전자의 유럽 전략은 '완제품 중심의 가전 기업'에서 '솔루션 중심의 기술 기업'으로의 변신을 상징한다.
유럽 시장에서 ▲가전(프리미엄 브랜드), ▲데이터센터 냉각(One LG 협업), ▲신소재(퓨로텍) 등 세 축이 동시에 가동되면서
LG는 사실상 '하드웨어 기반의 유럽 기술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백승태 LG전자 부사장은 "축적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퓨로텍의 글로벌 성장을 가속하고, 유럽을 신소재 사업의 중심 시장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LG의 유럽 전략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① AI·에너지 효율 중심의 프리미엄 가전 강화
② 친환경·위생 규제 대응 신소재 확대(퓨로텍 중심)
③ One LG 협업 기반의 인프라·산업용 솔루션 수출
삼성전자가 북미 AI 데이터센터 중심의 인프라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 달리, LG전자는 유럽을 기술 규제 중심의 친환경 시장으로 정의하고 "에너지·위생·탄소 절감"이라는 비(非)소비재형 기술영역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결국 퓨로텍은 LG전자의 유럽 공략 전략을 상징하는 '기술 전환점'이자, 향후 AI가전·친환경 인프라와 함께 유럽 중심 신성장 트라이앵글을 이루는 핵심축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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