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대기업 사내이사가 그 어느 때보다 많아 대규모 인사 쓰나미가 예고됐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대표 김혜양)가 15일 발표한 ‘국내 30대 그룹 2026년 상반기 중 임기만료 사내이사 현황’ 조사에 따르면, 내년 6월 말까지 임기가 끝나는 사내이사(대표이사 포함)가 1269명에 달했다.
이 중 대표이사급 CEO만 596명(47%)으로, 사실상 재계 전반에 걸친 세대교체 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자산순위 상위 30대 그룹의 전체 계열사(상장·비상장 포함)를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는 다음달부터 내년 6월 사이 임기가 끝나는 사내이사는 총 1269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올해 연말부터 내년 초 사이에 연임·계열 이동·퇴임 중 하나의 ‘인사 카드를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만 놓고 봐도 임기 종료 사내이사 220명, 그 중 대표이사급 107명이 포함됐다.
삼성그룹에서는 ▲정해린 삼성물산·삼성웰스토리 사장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 ▲남궁홍 삼성E&A 사장 ▲존림(임존종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특히 존림 사장은 2020년 CEO 취임 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를 이끈 인물로 꼽힌다.
관심은 삼성전자로 쏠린다. 이재용 회장이 2019년 사내이사 임기 종료 후 미등기임원으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번 연말 인사를 계기로 사내이사 복귀 가능성이 거론된다. 또한 이사회 멤버인 노태문 사장·송재혁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SK그룹에서는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부회장 ▲이호정 SK네트웍스 사장 ▲김철·안재현 SK케미칼 사장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이사 등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그중 장동현 부회장은 그룹 내 유일한 부회장급 CEO로, 이번 연말 인사 결과가 SK의 ‘세대교체 속도’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또한 김철 사장은 2017년부터 10년 가까이 SK케미칼을 이끌어온 장수 CEO로, 한 기업 내 ‘10년 연임’ 기록 달성 여부도 재계의 관심사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사장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이 내년 정기주총 이전에 임기 만료된다.
특히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의 첫 외국인 CEO로, 글로벌 시장 전략 및 EV 전환 리더십이 연임 평가의 핵심 변수다.
이용배 사장은 2020년 취임 이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해 5년째 현대로템을 이끌고 있다. 그의 연임 여부는 방산·철도 부문 구조조정의 향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LG그룹에서는 ▲현신균 LG CNS 사장 ▲이정애 전 LG생활건강 사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정애 사장은 여성 CEO로 주목받았지만 조기 퇴진했고, 로레알 출신의 이선주 사장이 새로 CEO로 선임되면서 LG도 외부 영입형 리더십 강화 흐름에 동참했다.
이는 LG가 디지털·뷰티·헬스케어 신사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소비자 중심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카카오그룹은 조사 대상 30대 그룹 중 가장 많은 101명의 사내이사가 내년 상반기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 중 대표이사급만 71명이다.
주요 인물로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신호철 카카오페이증권 대표 ▲장철혁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가 포함된다.
특히 정신아 대표는 작년 4월 카카오 CEO로 취임한 이후, ‘AI 중심 조직개편’과 ‘계열사 슬림화(30% 축소)’를 주도해 왔다. 그녀의 연임 성공 여부가 카카오의 내년 경영체질 개편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4대 그룹 외에도 ▲롯데(95명) ▲한화(90명) ▲포스코(78명) ▲LS(64명) ▲GS(61명) ▲SM(58명) ▲농협(57명) ▲네이버(49명) ▲KT(42명) 등에서 임기 만료자가 속출한다.
롯데의 김사무엘상현 부회장은 3연임 도전 여부가, 포스코의 이주태·이희근 대표이사는 그룹 내 순환보직 기조 속 재신임 여부가 주목된다.
한화는 이미 8월 사장단 인사를 조기 단행했고, 신세계도 추석 직전 정기 인사를 마친 바 있어, 타 그룹들도 예년보다 2~4주 앞당긴 조기 인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2025년은 미·중 무역갈등, 미국 관세, AI 혁신 등으로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시기였다”며 “2026년에는 기술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글로벌 감각을 갖춘 젊은 리더층이 전면에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내부 승진 일변도의 인사 구조가 완화되며, 외부 전문경영인 영입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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