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5일 '흰지팡이의 날'을 맞아 시각장애인과 저시력자를 위한 AI 기반 가전 매뉴얼 '모두를 위한 사용법'을 선보였다.
이는 기술 혁신을 넘어 사회적 포용을 실천하는 접근성(Accessibility) 중심의 ESG 경영 전략으로 평가된다.
■ "시각장애인도 스스로 사용할 수 있게"…음성·AI 기반의 사용자 중심 설계
삼성전자는 시각장애인이 기존 인쇄·디지털 매뉴얼로 가전 사용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자사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랩 아웃사이드'에 참여 중인 시각보조앱 개발사 투아트(TUAT)와 협업해 '모두를 위한 사용법'을 개발했다.
이번 매뉴얼은 삼성닷컴과 AI 시각보조앱 '설리번 플러스'에서 접근할 수 있으며, 화면 읽기와 음성 재생 기능을 통해 세탁기나 건조기 등의 조작부 위치, 버튼 배열, 사용법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예컨대 기존 매뉴얼이 단순히 그림으로 표시하던 부분을 "세탁기 전면부 상단 오른쪽 모서리에 먼지필터 도어가 있습니다"처럼 청각 중심의 서술형 안내로 바꾸었다.
또한 "손바닥보다 조금 큰 사이즈의 문이 먼지필터 도어입니다"와 같은 감각적 묘사를 추가해 시각적 정보에 의존하지 않아도 기기를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 음성인식 Q&A·FAQ 등 AI 기능 탑재…'찾는 매뉴얼'에서 '대화하는 매뉴얼'로
'모두를 위한 사용법'은 단순한 음성 낭독 기능을 넘어 AI 음성인식 Q&A 기능을 갖췄다.
사용자가 질문을 하면 매뉴얼이 직접 음성으로 답변을 제공하며, '자주 묻는 질문(FAQ)'과 목차 탐색 기능도 지원한다.
또한 시각장애인용 촉각 스티커 부착 위치 안내, 음성 제어 기능 사용법 등을 포함해 접근성을 대폭 높였다.
삼성전자는 실제 시각장애인의 사용 환경을 반영하기 위해 한국접근성평가연구원,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그리고 시각장애인 임직원 자문단의 의견을 수렴해 매뉴얼을 개선했다.
이는 단순한 기업 홍보가 아닌, 실사용자 중심의 접근성 검증 체계를 갖춘 시도로 평가된다.
■ 6개 제품에 우선 적용…20개 언어로 글로벌 확대
이번 매뉴얼은 ▲2024·2025년형 비스포크 AI 콤보 세탁건조기, ▲인피니트 AI 콤보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원바디 세탁기·건조기 등 총 6개 모델에 우선 적용된다.
한국어 버전으로 시작해 향후 영어·스페인어·프랑스어 등 20개 언어로 확대될 예정이다.
삼성은 이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장애인 접근성 표준을 선도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 '기술의 인간화'…삼성의 ESG 전략이 보여준 변화
삼성전자는 이미 터치스크린 가전에 음성 안내 기능, 고대비·흑백·화면 확대 모드, 색상 반전 기능 등을 적용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용자 경험(UX)을 개선해왔다.
또 지난해에는 투아트와 함께 설리번 플러스 앱에 '가전 QR 모드'를 도입해, 제품에 부착된 QR 코드를 카메라로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모두를 위한 사용법'은 이러한 개별 기능을 넘어, 삼성이 '기술 혁신과 사회적 가치의 결합'을 기업 전략으로 제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양혜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은 "모든 사용자가 불편함 없이 삼성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지속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혁신 기술이 사회적 가치를 증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AI 접근성은 기술의 마지막 경쟁력"…삼성의 ESG 진화 방향
삼성전자의 이번 행보는 기술 중심 기업이 사회적 포용성을 내재화하는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
특히 AI 기술이 단순한 편의 기능을 넘어, 사용자 다양성을 포용하는 핵심 도구로 재정의되고 있다.
'모두를 위한 사용법'은 접근성 강화가 단순한 복지 차원이 아니라 제품 혁신의 일환이자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기술의 인간화(Humanizing Technology)'를 통한 삼성의 ESG 경영 진화를 상징하는 사례다.
삼성전자의 '모두를 위한 사용법'은 AI 기술과 사회적 가치가 결합된 포용적 혁신 모델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기술을 통한 사회적 연결"이라는 새로운 ESG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모두를 위한 기술(Technology for All)'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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