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강성곤의 '아름다운 우리말'…잘못 쓰는 복수 표현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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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강성곤의 '아름다운 우리말'…잘못 쓰는 복수 표현 外

연합뉴스 2025-10-15 09:19:17 신고

3줄요약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강성곤 KBS 한국어진흥원 운영위원 강성곤 KBS 한국어진흥원 운영위원

[본인 제공]

◇ '들'의 천국?

"많은 것들이 달라진 요즘 헌혈을 하고 싶지만 가는 길마저도 조심스러워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000카 레드카펫이 원하는 곳으로 직접 찾아갑니다.

다른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그 따뜻한 마음에 안심을 더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겠죠?"

신문 전면광고에 나온 캠페인 내용이다. 그야말로 '들'의 천국이다.

영어의 영향이다. 복수(複數)다 싶으면 반사적으로 '들'을 찾는다. 한국어 어법과는 거리가 있다. '들'을 무턱대고 많이 쓰면 문장이 늘어지고 지저분해진다.

관련지어 많이 틀리는 게 '여러분들'이다.

'여러'에 이미 복수의 의미가 녹아있다. 그래서 '여러분'이다. 심지어 한 단어로 붙여 쓴다. 위 캠페인을 아래와 같이 고쳐봤다.

→많은 게 달라진 요즘 헌혈을 하고 싶어도 이동이 여의찮은 여러분을 위해 000카 레드카펫이 어디든 달려갑니다.

이웃을 돕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에 무료 차량 서비스를 보태면 모든 이가 함께할 수 있겠죠?

◇ 개재, 게재, 계제

사과문은 개재할 수 없다.

개재(介在)는 어떤 것들 사이에 끼어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사적 감정이 개재되면 안 된다' 등의 예로 쓰인다.

여기선 '게재'가 맞는다. 게재(揭載)는 글이나 그림 따위를 지면에 싣는다는 의미다.

참고로, 계제(階梯)도 있다. 원뜻은 사다리란 의미지만, 보통은 비유적으로 쓰인다. 어떤 일을 할 수 있게 된 형편이나 기회다. 용례로 '이것저것 따질 계제가 아니다'를 들 수 있다.

◇ 움츠러든, 음츠려든

흔히 쓰는 표현이 많이 틀리는 표현 중 하나다. 여기서는 '움츠러든'이 바른 표현이다.

'움츠려든'이 아니다. '움츠러들다'가 기본형이다. 카페에 잠깐 '들렸다'가 아니라 '들렀다'가 맞는 것처럼 말이다.

아니면 '움츠리다'를 써서 '움츠린'도 가능하다. 주어의 생략으로 보면 되기 때문이다. 맞는 표현을 다음과 같이 써봤다.

→움츠러든/움츠린

'(몸과 마음을) 쭉 펴면'은 또 뭔가. 몸과 마음을 쭉 안 펴고 그대로 움츠리고 있으면 새 가치를 발견할 수 없나? 꼭 펴야만 하나? 왜 자유의지에 간섭하나?

잘못된 조건절 사용이다. 여기선 병렬과 순서 콘셉트의 연결어미가 자연스럽다. 역시 정확한 표현은 다음과 같다.

→추위에 움츠러든 몸과 마음을 녹이고

◇ 탕과 횟수

'탕'. 무엇을 실어 나르거나 일정한 곳까지 다녀오는 횟수를 세는 단위다.

'원주에서 서울까지 하루 두 탕 왕복했다.'

'쓰레기를 세 탕이나 실어 날랐다.'

'일이 많을 때는 화물 트럭으로 하루에 두 탕이나 퍼 옮겨야 했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 '탕'은 '무엇을 실어 나르거나 일정한 곳까지 다녀오는 횟수를 세는 단위 혹은 어떤 일을 하는 횟수를 나타내는 단위'를 의미하면서 표준어다.

'오늘 세 탕 뛰었다'처럼 표현할 수 있다.

◇ 핼쑥한, 핼쓱한

'핼쑥하다'가 맞는 표현이다.

'핼쓱하다'가 아니다. '쑥'을 떠올리면 좀체 틀리지 않는다. '해쓱하다'도 '얼굴에 핏기나 생기가 없어 파리하다'로 같은 뜻이다.

기억하자. '핼쑥'과 '해쓱'이다.

감히 말한다. 이 대목에서 '우리말은 참 재밌고 오묘해' 하면 교양 시민이며 학생 때 공부 잘한 사람일 것이다. '뭐가 이렇게 복잡해, 머리 아파 죽겠구먼' 하면 꼰대이지 싶다. 국어 성적도 안 좋았으리란 건 불문가지다.

◇ 화려하지만 담담한?

경기도 모 관광지를 소개하는 전면광고에서 본 표현 중 '화려하지만 담담하게'가 걸렸다. 그 뒤엔 그곳이 고요한 곳에 대한 표현도 이어 썼다.

대조와 역설 기법을 쓴 듯한데, 아귀가 좀 안 맞는다.

'화려'의 반대는 '수수/담백/담박'이 걸맞다. '담담'의 대척에는 흥분/긴장/열정이 적당하다.

'담담'을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뒤의 고요함과 결이 겹친다.

어떻게 담담하며 고요할 수가 있는가?

봄/여름 안개 낀 아침 시간이 고요하다는 것이지, 겨울밤엔 어둠과 추위 속에서 조명으로 장식된 화려함을 맛보라는 메시지라야 더 설득 적이다.

텍스트만 보면 마치 화려한 게 잘못인 것 같다. 물론 그것이 중요한 키워드라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까진 아닌 것 같다.

너무 정적이며 동화적/목가적인 데만 가치를 두고 있는 느낌이다. 나라면, 조명으로 환생한 꽃나무에 주목해 둘째 줄을 '빛으로 탄생한 겨울꽃이 그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는 곳, 경기도입니다.' 정도로 하겠다.

◇ 형과 언니한테 배우는 코딩

"형·언니한테 코딩 배워요."

이 또한 신문의 전면광고에 나온 표현이다. 대단히 감각적이다. 사려 또한 깊다. 양성평등을 의식했기에 그렇다.

요즘은 '제3의 性'도 있어 '성평등'이란 용어를 쓰곤 하지만 여기선 양성평등이 더 어울린다.

형은 남성 입장, 언니는 여성 입장에서 쓴 것으로 양쪽을 다 아우른 셈이다.

이걸 형/누나라고 하면 남성 위주 사고다. 언니/오빠도 여성이라는 한쪽만 대변하는 꼴이다.

욕심내자면 오빠/누나 조합이 더 나았을 것이다. 형만 유일하게 '兄'이라는 한자를 달고 있어 사대주의가 어른거리기에 그렇다.

◇ '~가운데' 유감

여러 문장을 읽다 보면 '가운데'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쓴다. '가운데'의 홍수, '가운데'의 도가니라 할 수 있다.

'가운데'는 中央이나, 양 끝에서 거의 같은 거리로 떨어져 있는 부분이다. 물론 포괄하면 '여럿으로 이루어진 일정한 범위의 안' 정도로 융통성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마무리 국면에선 쓸 수 없다.

방송문장의 오래된 클리셰 중 하나가 '가운데'의 잘못된 쓰임이다.

-검사징계위원회가 000 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을 의결한 가운데 0 총장 측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밝혔습니다.

→의결하자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13% 오른 가운데 거래를 마쳤습니다.

→오르며

가끔은 방송하며 제대로 읽기에도 바쁜 아나운서가 이런 것까지 찾아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 다수를 위한 일이니 넘어갈 수 없다. 아나운서의 숙명이라 생각한다.

강성곤 현 KBS 한국어진흥원 운영위원

▲ 전 KBS 아나운서. ▲ 정부언론공동외래어심의위원회 위원 역임. ▲ 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언어특위 위원. ▲ 전 건국대·숙명여대·중앙대·한양대 겸임교수. ▲ 현 가천대 특임교수.

* 더 자세한 내용은 강성곤 위원의 저서 '정확한 말, 세련된 말, 배려의 말', '한국어 발음 실용 소사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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